“한국이 애니메이션 ‘하청기지’라는 선입견 깨고 싶었죠”

김재희 기자 입력 2020-10-30 03:00수정 2020-10-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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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view]유재명 스튜디오미르 대표
넷플릭스 ‘위쳐’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 중인 유재명 스튜디오미르 대표는 “원작보다 더 특징이 강화된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013년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미르’가 미국 ‘니켈로디언’의 ‘코라의 전설’ 시즌1 제작을 마쳤을 때였다. 유재명 스튜디오미르 대표(48)는 이후 시즌까지 함께하길 바랐던 니켈로디언에 작별을 고했다. 지나치게 세세한 지시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게 한 작업 방식 때문이었다. 일본 ‘스튜디오피에로’가 만든 코라의 전설 시즌2가 공개되자 완전히 달라진 그림체로 팬들의 지탄이 쏟아졌다. 서울 금천구 스튜디오미르 사무실에서 20일 만난 유 대표는 니켈로디언 애니메이션 부문 사장이 찾아왔던 당시를 회상했다.

“로봇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건 못 하겠다고 했어요. 지금 인터뷰를 하는 이 자리에서 2013년 니켈로디언 사장과 마주 앉았죠.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대폭 수정해 코라의 전설 시즌2 후반 회차를 제작했어요. 미국의 방식이 정답이라는 사고를 바꾸고 싶었어요.”

유 대표는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들과의 협업에서 창의성을 요구하며 한국이 애니메이션 ‘하청 기지’라는 선입견을 깨왔다. 1990년 AKOM 프로덕션 애니메이션 제작부에서 일을 시작한 그가 2010년 스튜디오미르를 세운 이유도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건 창작이 아니다”라는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미국이 일을 주니 그에 맞춰 만드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창의적 아이디어가 반영되지 않다 보니 하청 구조가 고착화됐죠. 그걸 깨고 싶었어요. ‘망해도 좋으니 우리만의 방식으로 가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세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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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미르를 ‘까칠한 회사’라고 정의하는 그는 니켈로디언과의 ‘담판’을 계기로 업계에서 기술뿐 아니라 창의력까지 갖춘 회사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2014년엔 미국 최대 애니메이션 기업 ‘드림웍스’와 78편으로 구성된 애니메이션 ‘볼트론-전설의 수호자’를 공동 제작하는 계약을 맺었다.

2019년 넷플릭스와 체결한 ‘프로덕션 라인 계약’은 기획, 제작, 후반 작업까지 전 과정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한 차원 더 창작의 자율성을 확보한 계약이었다. 수년간 다수의 작품을 제작한다. 이 계약 후 직원 수는 70명에서 150명으로 늘었다. 스튜디오미르는 넷플릭스가 프로덕션 라인 계약을 맺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9곳 중 유일한 한국 업체다.

“넷플릭스로부터 시나리오만 받고 스토리보드, ‘애니메틱’이라 불리는 동작 시뮬레이션, 그림, 성우 선정, 음악까지 전부 저희가 담당합니다. 저희가 결정한 내용을 기반으로 총책임자인 넷플릭스 ‘쇼 러너’와 논의해 최종 결정을 하죠.”

스튜디오미르가 선보일 넷플릭스 첫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위쳐’의 애니메이션 영화다. 위쳐는 괴물을 사냥하며 살아가는 ‘게롤트’가 여자 마법사,비밀을 간직한 공주와 대륙에서 생존하는 과정을 그렸다. 시즌 1은 7600만 명이 봤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청과 창작의 차이는 일하는 사람의 자세입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창작을 해도 하청이고, 하청을 받아도 내 생각을 넣으면 창작이죠. 창작의 자유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저희만의 색을 구축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곳으로 키울 겁니다.”

유재명 스튜디오미르 대표는…
△1990년 AKOM프로덕션 애니메이션 제작부
△1991년 아트플러스(현 선민동화) 애니메이터 데뷔
△2000년 동우애니메이션 감독 데뷔
△2005년 JM애니메이션 TV 시리즈 ‘아바타―아앙의 전설’ 총감독
△2006년 미국 애니어워드 캐릭터 애니메이션 부문 감독상 수상(국내 최초)
△2009∼2010년 TV 시리즈 ‘분덕스’ 시즌3 리비전 총감독
△2010년 스튜디오미르 설립, ‘아바타―코라의 전설’ 시즌1 프로덕션 총감독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유재명#스튜디오미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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