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쟁이 이상황의 오늘 뭐 먹지?]접시인듯 캔버스인듯 눈도 입도 호사로운 프렌치 요리의 정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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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스토랑’의 도미구이. 이상황 씨 제공
‘더 레스토랑’의 도미구이. 이상황 씨 제공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짙어가는 늦가을 정취에 나들이 겸 분위기 있는 식사를 즐겨 보셔도 좋을 것 같아 프렌치 레스토랑을 추천해드립니다. 모던 프렌치는 감성을 흔드는 회화 같은 아름다운 플레이팅이 한 특징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는 미각을 일깨워주지만, 시각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다채로운 색과 독특한 형태, 다양한 마티에르(mati‘ere·재료)가 만나 접시 위에서 군무를 펼칩니다. 이렇게 요리의 세계는 현대 미술세계와 별다르지 않습니다. 재능 있고 감각 있는 셰프는 접시를 캔버스 삼아 작품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아티스트라고 하겠습니다.

현대미술과 요리가 만나는 곳, 국제갤러리 ‘더 레스토랑’의 런치 코스입니다. A코스는 오르되브르(샐러드), 앙트레(수프), 메인 디시(생선이나 고기), 데세르(디저트), 커피나 티로 구성돼 있습니다. B코스는 메인 디시가 생선과 고기 모두 제공됩니다.

랍스터 샐러드는 랍스터 맛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호두오일과 식초만으로 잔잔하고 깔끔하게 맛을 낸 프렌치드레싱이 인상적입니다. 샐러드는 소스나 드레싱이 과하게 사용되면 풍미를 더해주기보다 재료 자체의 진액을 빼앗아버려 생생한 생명력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올리브오일에 마리네이드한 파프리카와 살짝 데친 풋콩이 곁들여 나옵니다.

푸아그라 콩피는 마리네이드한 거위 간을 낮은 온도의 기름에서 천천히 익힌 것으로 핑크 페퍼콘, 블랙페퍼를 흩뿌려 장식했습니다. 푸아그라의 느끼한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살짝 단맛이 나는 소스와 함께 먹으면 맛이 배가되는 느낌입니다. 레드와인과 시나몬, 설탕으로 조린 무화과가 곁들여집니다.

애플 포타주(사과수프)는 셰프인 아베 고이치가 1988년 프랑스 노르망디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시그니처 메뉴로 곱게 간 사과에 우유와 생크림, 시나몬 등을 넣어 만듭니다. 상큼한 사과맛과 부드러운 생크림이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접시에 얹어 나오는 사과 한 개는 마치 현대예술 한 자락을 경험하는 느낌을 줍니다.

도미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게 잘 구워져 있습니다. 머스터드소스는 풍미를 올려주는 데 도움이 될 만큼 절제돼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아베 고이치의 요리는 간이 심심하고 재료 자체의 미묘한 풍미를 살려주는, 섬세하고 공이 많이 들어간 요리로 프렌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리는 요리만으로 완성되지 않지요. ‘더 레스토랑’은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작품들의 격에 맞게 조명 가구 식기 그리고 경복궁을 바라보는 길가의 풍광,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는 레스토랑입니다. 아베 고이치와 20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소믈리에 이종화 지배인의 지휘 아래 서비스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 조율돼 있습니다. 와인 반입은 2병까지 허용되며 병당 3만3000원의 서비스 차지가 부과됩니다.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wine@veraison.co.kr

더 레스토랑=서울 종로구54 국제갤러리 2층, 런치코스 4만4000∼6만6000원, 디너코스 8만8000∼14만3000원
#프렌치 요리#정수#마티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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