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어묵탕 후루룩∼ 따스한 국물이 그리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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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니야’의 수제 어묵탕. 임선영 씨 제공
‘미타니야’의 수제 어묵탕. 임선영 씨 제공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날씨와 식습관은 관계가 깊다. 입맛이나 취향에 따라 오늘 뭐 먹지 결정하는가 싶지만 만추의 바람이 홀연히 맨살에 스칠 때면 따스한 국물 한 모금이 간절해진다.

어묵탕이 맛있는 계절이다. 어묵탕을 제대로 하는 집을 찾기가 참 어려웠다. 3년을 찾아다녔을까. 허름한 선술집부터 고급 일식집, 바닷가 어묵집서부터 일본인 셰프가 요리하는 가정식 전문점까지. 특별한 요리를 잘하는 식당보다 익숙한 음식을 제대로 하는 집을 찾기가 더 힘들다는 것을 어묵탕을 통해 알게 됐다. 그러던 중 최근 휘파람 불며 찾아가는 곳이 생겼다. 서울 서초구 ‘미타니야’다.

이곳 어묵탕이 맛있는 이유는 3가지. 주인공인 어묵, 배경으로 깔리는 육수, 조용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모두 갖추어졌다. 보글보글 뚝배기에서 끓어오르는 어묵탕을 맞이하자 두려움이나 결핍 같은 감정의 빚이 마음에서 빠져나간다. 어묵은 손님이 주문하면 직접 만들어 내는데 오리지널, 청양고추, 우엉 등 3종류가 있다. 깨끗한 어육을 다져 적절하게 간을 하고 반죽해 간장을 찍지 않아도 고소한 감칠맛이 돌았다. 어묵은 국물을 머금어도 쫀득함이 살아있고 상쾌한 바다 향을 내면서도 우엉의 아삭함, 청양고추의 칼칼함을 겸비한다. 고추냉이만 살짝 곁들이면 참 맛있다.

어묵만 있으면 지루할까 봐 셰프는 다른 선물을 함께 담았다. 반숙 계란은 속이 촉촉해 혀에서 입천장을 두르며 꿀을 바르는 듯했다. 반숙은 테이블 인원수에 맞추어 서비스로 내준다. 또 하나의 별미는 ‘아쓰아게’라 부르는 생선두부튀김이다. 동그란 오방떡같이 생겼는데 속살에 구멍이 송골송골 나있어 국물을 흠뻑 머금고 들어와 입안에서 툭 터진다. 마지막으로 푹 익은 무는 솜사탕처럼 녹아서 먹을수록 몸이 가뿐해졌다.

어묵을 다 먹었으면 국물을 즐길 시간이다. 초록색 쑥갓을 걷어내 먹고, 연한 아메리카노 빛깔의 국물을 후루룩 떠 마신다. 가쓰오부시의 담담한 감칠맛, 무에서 우러나온 시원함, 어묵에서 빠져나온 기름의 고소함이 비로소 어묵탕의 국물을 완성한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다시마와 버섯 같은 천연재료를 오랜 시간 끓여내 입에서는 맛있고 몸에서는 편안했다.

미타니야는 2005년 문을 열었다. 호텔급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 최근 사람들끼리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빙로봇도 도입했다. 어묵탕을 비롯해 참치회와 초밥, 튀김도 수준급이다. 유부초밥과 함께 나오는 우동 정식, 안동마를 갈아 낫토와 비벼 먹는 소바는 식사로 권할 만하다. 신선한 자연의 식재료를 엄선하고 최소한의 조리로 영양과 맛을 살린다는 철학이 음식에 녹아 있었다. 이런 식당은 팬데믹 위기에도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든다. ‘집밥’보다 맛있어서, 혹은 집 안보다 안전해서.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미타니야=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24길 G―five 센트럴플라자 1층, 수제어묵탕 1만6000원(소), 2만1000원(대).
#어묵탕#국물#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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