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산다”…‘강남 맘 필수템’이라는 그 모자 뭐길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5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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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서 파워워킹하는 중년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선캡이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줌마템(아줌마 아이템)’의 상징처럼 보이던 선캡의 위상이 소재와 디자인의 다변화 속에 ‘국민모자’로 떠오르는 것.

최근 젊은 여성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꼽히는 여름 아이템은 라피아 소재의 선캡이다. 라피아 선캡 열풍의 원조는 ‘품절 대란’까지 부른 호주의 모자 전문 브랜드 헬렌카민스키. 놀이터 갈 때도 스타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젊은 유모차 부대서부터 패션에 관심 많은 2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여성의 ‘대세템’이 됐다.

개당 가격이 20만~30만 원을 호가하지만 본격적인 여름을 맞으면 인기 선캡 라인은 품절될 만큼 불티나게 팔린다. 몇 년째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누려왔지만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 마일 웨어(one mile wear·근거리에서 편하게 입고 나갈 수 있는 패션)’가 뜨며 더 핫해졌다. 페도라, 벙거지 스타일 등 종류가 많지만 올해 가장 인기 있는 라인은 역시 선캡 제품이다.

특히 선캡은 ‘강남 맘 라이딩 룩’ ‘강남교복’으로 불린 몽클레어처럼 ‘강남 맘 등·하원 모자’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 반포에 사는 워킹맘 정모 씨(39)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해는 전부 이것만 쓴다”며 “인기 있는 색상은 구하기도 힘들어서 직구(해외 직접 구매)하는 등 난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류도 아닌 특정 브랜드 모자의 돌풍은 이례적인 현상. 모자치고는 비싸지만 명품 의류에 비해서는 접근성이 좋고, 선캡의 띠에 브랜드명이 둘러 쓰여 있어 과시형 로고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에서 헬렌카민스키 선캡이 큰 인기를 끌자 다른 의류 브랜드에서도 이와 흡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패셔니스타인 배우 공효진도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에서 라피아 소재로 된 한 의류브랜드의 선캡을 쓰고 나왔다. 선캡 형태는 쓰는 순간 ‘줌마’ 인증이라는 편견이 무색하게 버버리 체크 남방과 청바지에 선캡을 매치해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도 선캡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인 샤넬은 미니 선캡이 장착된 유니크한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공개되면서부터 화제를 모은 이 제품은 11월경 실제로 구매할 수 있다.

골프나 테니스 같이 특정한 운동경기 말고는 활용이 제한적이던 스포츠 선캡도 요즘은 산행, 산보 같은 레저활동에서 광범위하게 애용되고 있다. 패션계의 복고 열풍을 타고 운동할 때 레깅스에 두꺼운 스포츠양말을 신거나 1990년대 스타일의 크로스백을 메는 것과 함께 선캡도 필수 아이템이 된 것이다. 티셔츠에 레깅스, 스니커즈와 함께 다양한 컬러의 선캡을 매치해 간편하게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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