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거장’ 선배들을 닮고 싶어서…

임희윤 기자 입력 2020-05-22 03:00수정 2020-05-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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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주와 지인들’ 이정선 헌정앨범
해바라기 1집과 나무까지 판박이… “좋아서 시작한 작업 앞으로 계속”
해바라기 1집 앨범 재킷(왼쪽 사진)을 판박이 한 윤병주와 지인들의 싱글 ‘거리’ 표지. 윤병주 제공
“어릴 적 ‘이정선의 기타교실’ 책을 보며 쳐보던 곡이 ‘우연히’였죠.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어요.”

한국 대표 기타리스트 윤병주(49)가 지인들을 규합해 선배 거장들의 음악 재해석에 나섰다. 첫 대상은 이정선(70). 조직한 밴드 이름은 ‘윤병주와 지인들’이다. 2월 ‘우연히’, 3월 ‘거리’를 디지털 싱글로 냈고, 이 곡들의 뮤직비디오를 최근 공개했다. 앞으로 이런 작업을 더 해나갈 작정이다.

20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윤병주는 “대단한 의미보다 그저 내가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왕 할 것, 제대로 했다. 표지도 판박이로 다시 찍었다. 하늘도, 아니 나무도 도와줬다.


“개작(改作) 동의를 받을 겸 정선 형님을 만나 뵀는데 ‘그 나무가 아직 그대로 있는 거 알아?’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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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이 참여한 해바라기 1집(1977년) 표지 사진의 그 아름드리나무가 서울 남산 자락, 안중근의사기념관 옆에 여전히 있었던 것. 이정선 한영애 이주호 김영미 등 네 사람이 섰던 포즈까지 따라 해 ‘지인들’ 버전으로 찍었다.

윤병주는 한국 인디음악 역사의 ‘시조새’ 중 하나다. PC통신 하이텔의 음악 동호회에서 음악깨나 듣는다는 이들 틈에서 ‘글로’ 음악을 했다. 그러다가 1992년 밴드 ‘노이즈가든’을 결성해 언니네이발관, 델리스파이스 등과 판을 일궈갔다. 1994년 ‘톰보이 록 콘테스트’에서 10분이 넘는 대곡 ‘Rain of Compromise(타협의 비)’로 우승한 것은 이 판의 전설.

“경연장은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우승 상금은 1000만 원이었죠. ‘와, 앨범 한 장 안 냈는데 이 정도면, 앞으로 이 이상의 돈과 박수만 남았구나’ 했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래도 28년째 버티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PC통신 시절부터 벼린, “음악이 너무 좋아서”다.

이번 재해석 프로젝트도 “좋아서 시작”했다. 윤병주는 “미국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후신인 ‘데드 앤드 컴퍼니’의 활동상을 보며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1960, 70년대 록을 기반으로 10, 20분 동안 즉흥 연주를 이어가는 ‘잼 밴드(jam band)’ 형태다. 자연히 ‘거리’와 ‘우연히’도 원곡보다 재생 시간이 1.5∼2배 길어졌다. ‘지인들’의 찰떡같은 연주가 윤병주의 맛깔 난 노래와 기타에 들러붙었다.

윤병주는 2002년부터 해온 밴드 ‘로다운 30’ 역시 ‘지인들’ 활동과 병행해갈 작정이다. 30년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인디 역사에서 판에 남은 이들보다 떠난 이들이 많다. ‘재미있다’ ‘하고 싶다’로 밀고 나가는 윤병주는 싱겁지만 뜨거운 정답을 아직 손에 쥐고 있다. ‘너 아직도 인디 하냐’고 묻는, 한때는 함께 뜨거웠던 이들과 비교하면….

“더 위켄드, 두아 리파, 드레이크부터 ‘클레이풀 레넌 딜리리엄’까지 다양한 음악을 찾아 듣는 재미가 여전히 좋아요. 중고교 때 연습장에 그리던 낙서 있잖아요. ‘나중에 내가 밴드 하면 앨범 표지는 이렇게, 콘셉트는 저렇게 해야지’ 하던 것. 그것을 실행해 보는 재미만으로도 저는 몇십 년째 되게 즐거워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윤병주와 지인들#헌정앨범#이정선#해바라기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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