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의 고단함

손택균 기자 입력 2020-04-08 03:00수정 2020-04-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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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뱀 작가의 ‘그림을 그리는 일’
공대서 미대 전과 뒤 직면한 냉정한 현실과 도전기 담아
“동병상련 독자들 응원글 많아”
주인공이 어렸을 때 교과서 가득 낙서를 했다가 어머니에게 혼난 일화를 담은 장면. 창비 제공
‘나의 생활을 물었을 때/난 허탈한 어깻짓으로/어딘가 있을 무언가를/아직 찾고 있다 했지…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에/빛나는 열매를 보여준다 했지….’

앞쪽 스무 페이지를 읽고 나서 30년 전 발표된 포크그룹 동물원의 노래 가사를 떠올렸다. 우연인지 책 중반부에 그 노래 가사의 이 부분이 그대로 인용된다. 최근 발간한 초록뱀 작가(37)의 만화 ‘그림을 그리는 일’(창비)은 어른이 되면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무언가를 아직 찾고 있는, 40세 즈음 성인 독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성민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그림에 대한 열망을 좇아 대학 전자공학과를 그만두고 미대로 전과한다. 하고 싶다고 소망했던 일을 진짜 하기로 과감히 결단한 그 앞에 냉정한 현실의 고단함이 밀어닥친다. 여자친구는 “확신을 주지 않는다”며 당연한 듯 곁을 떠난다.


허망함에 지쳐 잠시 멈췄다가 더듬더듬 다시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경험담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는 “공대에서 미대로 괜히 전과했나 생각한 적이 없지 않았지만 학생 때가 아니었어도 그림 관련 일에 어떻게든 한 번은 도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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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살이었던 8년 전부터 그림 그리기를 직업으로 삼아 생활하고 있다. 무언가를 강하게 소망하면 언제든 결국 그쪽을 찾아가게 된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미술 교육을 받아온 이들과의 격차를 느끼며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주인공은 그림책 데뷔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출판사와 갈등을 겪는다. “첫 독자로서 객관적으로 해주는 조언을 안 듣고 자기 좋은 대로만 하려 든다”는 출판사 대표의 핀잔을 삼키던 그는 ‘누구의 의지도 담기지 못한 결과물’을 받아들고 자책하며 흐느낀다.

“인터넷에 이 만화를 연재하는 동안 그림 또는 음악 관련 일을 하거나 공부 중인 이들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 ‘나도 하던 일을 그만두고 원하던 일을 하고 있다.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는 독자의 이야기가, 담담한 응원처럼 마음에 또렷이 새겨졌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초록뱀#그림을 그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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