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는 어렵다? 신발-가방 딱 한가지만 바꿔보세요

│카티아조의 패션 키워드│

그래니룩. 카티아조랩 제공

카티아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패션 디자이너

《“올봄 레트로 꽃이 피었습니다.” 매년 봄이 되면 화사한 컬러들과 함께 플라워 패턴이 쏟아지면서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2020년 봄은 레트로 무드가 더 강해지면서 그래니룩, 1960∼70년대 히피룩, 보헤미안 무드가 가미된 빈티지 로맨틱 패션이 눈을 즐겁게 할 것입니다.》

# 그래니룩

그래니(Granny)는 ‘할머니’라는 뜻으로, 그래니룩은 1970년대 소녀들이 자신들의 할머니 세대인 1920∼1930년대 여성 패션을 즐긴 것에서 유래됐습니다. 할머니 옷장에서 바로 꺼낸 듯한 옷을 세련되게 재해석해서 스타일링하는 트렌드입니다.

그래니룩은 가수 현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도 자주 등장하며,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공효진의 패션도 화제가 많이 되었고,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리얼룩도 20, 30대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동묘시장이 핫플레이스가 된 것과 배우 김혜자 씨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모델이 된 것도 같은 트렌드 입니다.

그래니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특징이 플라워 패턴입니다. 옛날 벽지를 상상하게 하는 잔잔한 꽃 패턴과 빛바랜 영화 같은 톤 다운된 파스텔톤 컬러를 선택하면 촌스럽지 않은 우아한 룩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니룩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맥시 길이나 무릎 밑 니랭스 길이, 여유 있는 루즈핏, 하이힐보다는 낮은 로퍼나 샌들입니다. 너무 과감한 컬러 매칭이나 그 시대 그대로의 아이템을 욕심내서 스타일링을 하면 진짜 할머니가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잊지 마세요.

# 히피룩 & 보헤미안 무드

지난 가을겨울은 클래식을 바탕으로 한 1980, 90년대 레트로 무드였다면 올 봄여름은 1960, 70년대 히피룩과 보헤미안 무드가 강세입니다. 히피룩의 대표적인 패션은 미국에서는 벨 보텀, 한국에서는 판탈롱이라 불렀던 나팔형 청바지입니다. 올봄에 유행인 와이드 팬츠는 하이웨스트로 허리는 잘록해졌고 치마로 보일 정도로 바지통이 넓어졌습니다. 해외 컬렉션뿐 아니라 아이돌 패션에서도 데님 소재의 짧은 재킷에 팬츠를 스타일링한 청청 패션이 눈에 띕니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플로럴 패턴 셔츠와 와이드 팬츠를 매칭하고 컬러풀한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면 1970년대 패셔니스타 재클린 케네디 오아시스의 럭셔리한 레트로룩도 재현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1970년대 레트로 유행은 자유분방한 집시룩인 보헤미안 무드입니다. 프릴이 달린 플라워 패턴 블라우스와 드레스, 셔링이 많이 있는 넓은 폭의 긴 스커트가 특징입니다. 스카프나 술이 달린 숄 등을 헤어나 어깨에 장식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보헤미안 스타일은 장식적인 디테일이 많기 때문에 세련되게 2020년 버전으로 스타일링하려면 잔잔하고 은은한 패턴을 선택하고 컬러도 차분한 색이나 파스텔 톤을 추천합니다.

# 한끝 차이로 레트로 감성

레트로 패션을 어렵게 생각하거나 베이직한 패션을 추구하는 분들은 딱 한 가지 포인트만 변화를 주어도 힙한 레트로 패션에 도전해 볼 수 있습니다.

눈이 살짝 비치는 빅 사이즈 스퀘어 선글라스, 컬러풀한 스카프 헤어 장식, 매니시한 옥스퍼드 슈즈, 미니사이즈 바게트 백 등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어도 충분히 레트로 감성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강렬한 히피펌으로 기분전환도 하고 레트로 패션을 완성하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유롭지 않아 아직 진정한 봄 패션을 뽐내고 다닐 수는 없지만, 이럴 때 마음먹고 옷장 한번 싹 털어보면 묵혀뒀던 레트로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동안 잠자던 아이템을 깨워서 여러 가지로 스타일링해 보면 다시 뜨고 있는 바게트 백처럼 눈에 들어오는 잇템들이 있을 거예요. 반대로 영원히 안 쓸 것 같은 아이템은 과감히 정리하는 것도 현명한 패션피플의 길입니다.

카티아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패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