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하면서도 뾰족한 치명적 돌멩이, 영화 ‘봉오동 전투’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29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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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가 역사를 왜곡, 비난을 사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역사 영화가 나온다.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일궈낸 최초의 독립군 승리를 그린 영화 ‘봉오동 전투’다.

원신연(50) 감독은 “조심스럽다.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하는 영화를 만들 때, 보통영화를 할 때보다 훨씬 많은 공을 들이고, 많은 시간을 신경써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역사 왜곡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봉오동 전투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야 했다. 할 수 있는 고증은 다 했다. 독립신문을 보면, 봉오동 전투의 승리와 과정이 기록돼 있다. 독립신문 88호에 나온 기록을 근거로 만들었다. 시대정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화 ‘봉오동 전투’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기 전, 독립신문에서 ‘봉오동 전투’가 언급된 부분을 발췌해 보여주며 고증을 강조했다.

원 감독은 “‘봉오동 전투’는 자료를 수집하고 고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벽에 봉착했다. 남아 있는 사료들이 많이 있지 않았다. 이전 시대 자료가 훨씬 많이 남아 있을 정도다. 봉오동 전투는 일제가 축소해야 할 기록이었다. 철저하게 숨기고 왜곡돼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 비어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 지금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영화를 계기로 드러나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첫 승리를 쟁취하기까지 독립군의 투쟁과 숨은 이야기를 스크린에 재현했다. 대도를 휘두르는 마적 출신의 독립군 ‘황해철’ 유해진(49), 비범한 사격 실력을 자랑하는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류준열(33), 해철의 오른팔이자 명사수인 ‘병구’ 조우진(40)이 99년 전 조국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독립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한·일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격화된 시기에 개봉한다. 국민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함께 일본여행 자제를 위해 애쓰고 있다. 원신연 감독은 “영화를 기획한 지 5~6년이 됐다”면서 “일제강점기가 피해의 역사만 있는 게 아니라, 저항의 역사와 승리의 역사도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다. 그 부분을 유심히 봐줬으면 좋겠다. 특히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은, 승리의 순간 그 자체보다 봉오동 골짜기까지 일본군을 유인해 가는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승리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류준열은 자신이 맡은 ‘이장하’ 캐릭터에 대해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규 군인 훈련을 받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바른 독립군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고자 하는 인물을 묘사하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조우진은 황해철의 오른팔 ‘마병구’역이다. “단순 도둑질만 하는 게 아니고 나름의 의협심이 있는 인물이다. 마병구가 황해철을 만나며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그리고 싶었다. 황해철을 통해 인본주의와 독립심을 배우며 성장해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론, 외형적으로 보면 튀지 않나. 당시에도 트렌드 세터같은 인물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날나리 같은 인물이 당시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설정했다”고 했다.

영화는 독립군들의 진심과 진정성을 묘사하는 데 가장 주력했다. 배우진은 가장 진정성이 와닿은 순간에 대해 밝혔다.

조우진은 “봉오동 전투가 갖고 있는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언덕을 올라가는데 40분 정도 걸리는 오름이 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땀흘리며 장비를 나눠 가지고 올라가는데, 제작부 몇 명이 몇 번을 반복해서 오르내리는 걸 봤다. 이마와 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는데, 항상 웃고 계시더라. 그게 계속 반복됐다. 그 광경을 보다보니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그 노력이 스크린에 많이 담겼으면 좋겠다”며 제작부 스태프에게 감사를 전했다.

유해진은 “황해철이 ‘어제의 농민이 독립군이 될 수 있다’라고 하면서 뛰어나가는 장면이 우리 영화가 얘기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이 개인적으로 많이 와닿았다”고 했다.

류준열은 “영화 안팎으로 두 분이 잘 얘기해 줬다. 나는 독립군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던 부분들이 와닿았다. 촬영을 하며 독립군들의 열악했던 환경을 간접 경험했는데, 열악한 환경에서 나라를 위하고자 했던 독립군들의 진정성에 많이 울컥했다”고 말했다.

극에는 자신들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어린 일본군이 등장한다. 이 캐릭터를 등장시킨 의도에 관해 묻자, 원신연 감독은 “(일본군) 그들의 행동에 ‘부끄럽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인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현실에서도 그런 인물이 있다면 침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영화에는 3명의 주연배우 외 이케우치 히로유키(43)를 포함한 일본인 배우들이 참여했다. 원신연 감독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일본인 캐릭터는 일본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다. 리얼리티도 확실히 살아날 것이고 숨결이 붙을 거라 생각했다. 역사적인 실화를 근거한 영화에 일본인 캐릭터를 일본인 배우가 연기한다는 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상당한 의미를 가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일본 분들이 출연 의사를 보내와, 내가 오히려 상당히 놀랐다. 일본인 배우들이 이 작품에 출연했다는 이슈보다, 작품 전체 영화로서 출연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청했다.

한편, 조우진은 영화 ‘봉오동 전투’를 돌멩이에 비유했다. “영화를 오늘 처음 봤다. 유해진 선배가 ‘봉오동 전투’는 돌멩이 같다는 표현을 썼는데, 거기에 부연하고 싶다. 이 작품은 세공이 잘 된 공이 아니라 마구 던져져 묵직하면서도 뾰족한 치명적인 돌멩이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역사물로서 담고 있는 무게감을 충분히 담고 있으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모양의 돌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적 재미도 함께 준다고 생각한다.”

원신연 감독은 “학교 다닐 때 유난히 역사 공부를 못했다. ‘봉오동 전투’를 만들며 역사는 암기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란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 영화를 통해 무명의 독립군들의 뜨거움이 조금이나마 전달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랐다.

‘봉오동 전투’는 8월7일 개봉한다. 134분,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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