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해자서 1600년 전에 만든 最古모형배-나무방패 출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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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문화재연구소 발굴 성과 발표

경주 월성 해자에서 최근 출토된 배 모양의 미니어처(모형). 4세기 중반∼5세기 초반에 제작한 모형으로, 나무로 만들어진 배 외부에 불에 탄 흔적이 남아 있어 불과 관련된 의례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경주 월성 해자에서 최근 출토된 배 모양의 미니어처(모형). 4세기 중반∼5세기 초반에 제작한 모형으로, 나무로 만들어진 배 외부에 불에 탄 흔적이 남아 있어 불과 관련된 의례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작은 배를 못에 띄우면 금방이라도 항해할 듯 정교하다. 길이는 약 40cm에 불과했지만 갑판과 선수, 선미 등이 분명하게 표현돼 있었다. 형태는 단순한 통나무배에서 복잡한 구조선(構造船)으로 나아가는 중간 단계인 준구조선. 경북 경주시 월성 해자 현장에서 2일 공개된 4∼5세기 신라 목제 배 미니어처(모형)의 모습이다. 자세히 보니 군데군데 불에 그을린 흔적이 발견됐다.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4세기 중반에서 5세기 초반으로 확인됐으며 국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배 모형이다. 등불을 올린 뒤 물 위에 띄운 듯한 모습으로 신라 왕실의 의례용 유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년여간 진행한 경북 경주시 월성(月城·사적 제16호) 발굴 조사 성과를 이날 현장에서 공개했다. 1600여 년 전 만들어진 배 모형과 동시대에 제작된 나무 방패 2점, 신라의 지방관인 당주(幢主)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목간 1점 등 보물급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 동심원 문양 넣은 신라의 방패

배 모형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남은 방패 2점이다. 한 점은 손잡이가 달렸는데 이 같은 형태의 고대 방패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손잡이가 있는 방패는 가로세로 14.4×73cm, 손잡이가 없는 것은 26.3×95.9cm로 성인의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크기였다. 두 방패 모두 표면에는 날카로운 도구로 동심원과 띠 같은 기하학적 무늬를 새기고,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칠한 흔적이 나왔다. 일정 간격으로 구멍도 뚫려 있었다. 이는 방패의 방어력 강화를 위해 실로 감기 위한 흔적이라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경주 월성 해자에서 발견한 63종의 씨앗과 열매 자료. 1600년 전 신라 왕궁의 풍경을 유추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오른쪽 사진은 배 모형과 함께 출토된 4∼5세기 신라의 방패. 동심원 등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온전한 형태로 고대 방패가 출토된 첫 사례다. 문화재청 제공
경주 월성 해자에서 발견한 63종의 씨앗과 열매 자료. 1600년 전 신라 왕궁의 풍경을 유추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오른쪽 사진은 배 모형과 함께 출토된 4∼5세기 신라의 방패. 동심원 등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온전한 형태로 고대 방패가 출토된 첫 사례다. 문화재청 제공
신라 사회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목간도 발견됐다. 3개 면에 글씨를 적어 넣은 이 목간에서는 신라의 지방관인 ‘당주’가 등장한다. 6세기 비석인 단양 신라 적성비(국보 제198호) 이후 두 번째로 발견된 사례다. 내용은 당주가 곡물과 관련된 사건을 보고하는 것으로 ‘벼 3(參)석, 조 1(壹)석, 콩 8(捌)석’ 등 곡물과 수량을 적어 놓았다. 이 소장은 “신라가 통일 이전부터 숫자를 원래 글자보다 획수가 많은 갖은자를 사용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느티나무숲 거닐던 신라인의 풍류

월성 주변을 둘러싼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둘러싸고 판 물도랑이다. 월성은 신라의 멸망 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해자의 밑바닥은 유기물질이 보존되기에 알맞은 뻘처럼 남아 있었다. 덕분에 이번 조사 결과 쌀, 콩, 자두, 가래, 머루, 버찌, 복숭아, 가시연꽃 등 63종의 신라시대 씨앗과 열매 자료를 확보했다.

문화재청은 규조(珪藻·물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를 분석해 해자의 흐름, 깊이, 수질 등에 대한 정보를 분석 중이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신라인들이 가시연꽃이 가득 핀 해자를 보며 걷고, 느티나무숲에서 휴식을 취했을 5세기 무렵 신라 왕궁의 풍경을 복원해 낼 계획이다.

멧돼지뼈 26점이 발견된 사실도 흥미롭다. 치아 분석 결과 모두 6개월 전후의 어린 돼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용이나 의례용으로 ‘영돈’(어린 돼지)을 즐겨 먹은 신라인들의 풍습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조사 성과는 5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한성에서 만나는 신라 월성’에서 공개된다.

경주=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월성 해자#1600년 전 모형배#4∼5세기 신라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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