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신춘문예 2019/시나리오 당선작]알아서 할게요

동아일보 입력 2019-01-01 03:00수정 2019-01-0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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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애
● 당선소감

삶은 망각, 글쓰기는 기억… 공존의 길 찾아


내가 읽고 싶은 것은 이미 나보다 잘 쓰는 사람들이 다 써 놓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부족한 작품에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가장 먼저 감사드립니다. 가르침을 주신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스승님, 학우분들께 감사합니다.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학교도 가고 싶은 날만 가고 과제도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말도 하고 싶은 날만 하고 막 다녔는데, 그 와중에 많이 ‘빨아’ 먹었어요. 뻔하게도 아직까지 살아남아 그 양분으로 글을 씁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못 된 인생, 크게 구박하지 않는 가족들, 그래도 약간은 구박하니까 약간만 감사합니다. 매번 저의 글을 읽어주고 갖가지 한탄을 들어주는 할토,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막무가내인 상상을 전문가의 입장에서 자문해 주신 기타리스트 윤재명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기타 열심히 칠게요.

마지막으로 나갈 시도도 하지 않았던 어둠에서 저를 끌어내 음악이라는 매개체의 본때를 보여주고 제가 스스로를 외면하지 않게 해 준 이 글의 처음이자 끝, 나의 사랑 너의 사랑 ‘국카스텐’에게 이 영광을 바칩니다. 삶은 망각이고 글쓰기는 기억이라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되는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는 걸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벌어서 갖다 드리겠습니다. 평생 음악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1988년 대전 출생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심사평

기존 작품과 다른 배짱과 새로움 높이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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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호 씨(왼쪽)와 이정향 씨.
올해 심사는 예년에 비해 몹시 힘들었다. 좋은 작품을 만나면 읽을 때에 몰입이 잘되고 힘든 줄 모른다. 반대의 경우엔 진도도 안 나가고 피로가 가중되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정독한 자신에게 화가 난다. 인디 밴드의 애환과 자긍심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풀어낸 ‘알아서 할게요’가 없었다면 우울한 연말을 보낼 뻔했다. ‘알아서 할게요’가 당선작이 된 이유는, 기존 영화들을 답습하지 않은 배짱과 새로움이다. 해가 갈수록 진부한 소재와 상투적인 화법으로 하향평준화하는 응모작들을 보노라면, 작금의 한국 영화계를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임이 느껴져 영화인의 일원으로서 면목이 없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참신한 소재와 새로운 화법을 요구한다면 가혹한 기대일 수도 있다. 이제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다. ‘무엇을’ 말하기보다 ‘어떻게’ 말하는 가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대가 됐다. 나만의 개성, 나만의 화법을 치열하게 추구하기 바란다.

이정향 영화감독·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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