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선생이 선물 ‘백범’ 호 뺀 유묵 첫선

  • 동아일보

호남 사학자 1947년作 공개 “연장자인 부하 부친 배려한듯”

호남지역 향토사학자 심정섭 씨가 10일 자신의 집에서 백범 김구 선생의 유묵을 들어 보이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호남지역 향토사학자 심정섭 씨가 10일 자신의 집에서 백범 김구 선생의 유묵을 들어 보이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백범(白凡) 김구 선생의 미공개 유묵(遺墨·생전에 남긴 글씨나 그림)이 새로 확인됐다.

호남지역 향토사학자인 심정섭 씨(75·광주 북구)는 10일 김구 선생의 알려지지 않은 유묵을 공개했다. 이 유묵은 1947년 김구 선생이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백강 조경한 선생의 부친에게 보낸 것이다. 심 씨는 조경한 선생의 외손자다.

현판 글씨인 유묵은 가로 138cm, 세로 32cm 크기다. ‘한곡유거(閒谷幽居)’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김구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조경한 선생의 부친 조정순 씨가 전남 순천시 주암면 한곡리 외딴 마을에서 학문을 닦으며 지조를 지켰다는 말을 전해 듣고 광복 후 서울에서 글을 보냈다.

특이한 건 김구 선생의 다른 유묵과 달리 백범이라는 호가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에 ‘한곡 조선생 도정(閒谷 趙先生 道正·조 선생이 바르게 인도해주십시오)’, 왼쪽에 ‘정해 모동 김구(丁亥 暮冬 金九·1947년 늦은 겨울 김구)’라고만 적혀 있다. 이는 김구 선생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조 씨에게 보인 존중의 뜻으로 해석됐다. 김구 선생 나이는 조 씨보다 두 살 적다.

홍소연 전 백범김구기념관 자료실장(60·여)은 “김구 선생 유묵 가운데 대한민국임시정부 연호가 없는 건 간혹 있지만 백범이라는 호를 뺀 건 처음 봤다. 김구 선생이 동지이자 부하였던 조경한 선생의 부친을 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백범 김구#미공개 유묵#심정섭#조경한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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