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화관-넷플릭스 힘겨루기… ‘옥자’ 극장 동시개봉 불투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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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보이콧’ 예고 이어 롯데시네마-메가박스도 개봉 확답 유보

넷플릭스가 투자한 영화 ‘옥자’는 최근 국내 멀티플렉스의 극장 상영 보이콧 논란에 휩싸였다. 퍼스트룩 제공
넷플릭스가 투자한 영화 ‘옥자’는 최근 국내 멀티플렉스의 극장 상영 보이콧 논란에 휩싸였다. 퍼스트룩 제공
《 넷플릭스가 제작비 590억 원을 투자한 ‘옥자’(감독 봉준호)의 국내 극장 상영이 불투명해졌다. 최근 폐막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벌어졌던 극장업계와 넷플릭스의 갈등이 국내에서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옥자’는 29일 190개국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고, 한국과 미국, 영국에서는 봉 감독의 뜻에 따라 극장에서도 개봉될 예정이었다. 》
 
○ CGV, “상영 보이콧 가능성 높아”

1일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상영관을 가진 CGV 측은 “개봉 2주 전쯤 상영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만큼 시간이 남아있지만 CGV는 ‘옥자’ 상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2016년 기준 국내 스크린 점유율은 CGV가 48%로 1위이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합치면 ‘빅3’가 전체 상영관의 91%를 차지한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측은 ‘옥자’의 극장 상영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봉 감독처럼 흥행 감독의 작품은 극장이 알아서 상영관을 잡는 게 일반적이다. ‘옥자’처럼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을 두고 상영 여부를 검토 중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배급사가 ‘옥자’의 개봉 여부를 망설이는 것에는 국내 영화산업 유통 질서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넷플릭스 방침대로 ‘옥자’를 인터넷 플랫폼과 극장에서 함께 공개할 경우 ‘선(先) 극장 개봉, 후(後) 인터넷TV(IPTV) 방송’이라는 전통적 배급 질서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홀드백(hold back) 기간(한 편의 영화가 극장 상영 뒤 IPTV와 케이블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최소 상영 기간)이 3주다. 최소 상영 기간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프랑스(3년), 미국(90일)에 비해 훨씬 짧은 기간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단지 극장 업계뿐 아니라 IPTV와 케이블 등 전통적 배급 체계와 연계된 사업자 전체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쉽게 물러설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 “새로운 플랫폼 등장 받아들여야”


아직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넷플릭스 측은 극장 사업자들의 반발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봉 감독의 작품을 오래 기다려온 관객과 '옥자'가 극장에서도 상영되기를 바라는 봉 감독을 위해 동시 개봉을 추진했다"며 "넷플릭스가 직접 투자,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게 통상 원칙"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봉 감독과 관객의 극장 관람 기회 제공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극장 개봉 때 예상되는 수입은 물론이고 동시 개봉으로 화제성이 높아지면 넷플릭스 가입자가 단시간에 크게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봉 감독의 이전 작품인 ‘괴물’(1091만 명)과 ‘설국열차’(935만 명)는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한 바 있다.

‘옥자’의 국내 배급을 맡은 NEW 측은 “아직 협의 중인 상황이라 공식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과 영국에서는 극장에서의 상영 기간에 제한을 두는 것과 달리 한국만 유일하게 극장 상영 기간을 무제한으로 하기로 넷플릭스와 합의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와 빅3의 갈등은 영화 관람 플랫폼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이미 IPTV와 극장에서의 동시 개봉이 있어 왔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관객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면 관객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커지는 것”이라며 “투자 주체가 늘면서 창작자들의 기회가 확대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CGV 측은 ‘옥자’ 상영 여부에 대해 이번 주 안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CGV 결정에 따라 국내 영화계와 관객들 사이에서는 ‘옥자’를 둘러싼 논란이 크게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장선희 기자
#영화 옥자#봉준호#넷플릭스#옥자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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