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서 못 느낀 것 글과 사진이 메워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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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에세이집 ‘골목 바이 골목’ 낸 영화감독 김종관씨

김종관 감독이 직접 사진을 찍고 글을 쓴 에세이집 ‘골목 바이 골목’에 실린 서울 서촌 풍경. 김 감독은 “내가 결국 열중해야 할 본업은 영화지만, 창작의 도구가 되는 세계들은 가능한 한 많이 열어 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책 제공
김종관 감독이 직접 사진을 찍고 글을 쓴 에세이집 ‘골목 바이 골목’에 실린 서울 서촌 풍경. 김 감독은 “내가 결국 열중해야 할 본업은 영화지만, 창작의 도구가 되는 세계들은 가능한 한 많이 열어 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책 제공
“영화와 사진, 글쓰기는 서로 침범하지 않으면서 제게 다른 자극을 줍니다. 덕분에 늘 창작에 대한 ‘긴장’을 하게 된달까요.”

지난해 영화 ‘최악의 하루’로 제38회 모스크바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김종관 감독(42·사진)은 작가이면서 사진가이기도 하다. 최근엔 세 번째 에세이집 ‘골목 바이 골목’을 펴냈고, 골목을 소재로 한 사진전도 열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작업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영화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을 글과 사진이 메워주는 것 같다”면서 “영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을 사진이 잡아내기도 하고, 사진과 영화로 남기지 못하는 어떤 느낌과 기억을 글로는 남길 수 있다”고 했다.

새 책은 감독이 7년째 살고 있는 서촌 일대를 거닐며 느낀 생각과 직접 찍은 사진들을 담았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을 세심한 시각으로 포착해내는 게 영화감독으로서 그의 장기다.

책에서도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골목길을 걸으며 ‘어른들 몰래 담배를 물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고, ‘열매(영화)가 또 누군가의 뿌리가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감독으로서 영화와 삶에 대한 자세도 가다듬는다.

“준비하던 장편 영화가 여건이 안 돼 중단되고, 저예산으로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며 서촌을 걷다보니 ‘길 위에서, 낮에 찍을 수 있는 영화를 하자’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창작한 대부분의 이야기는 골목을 걷는 동안 구상하고 완성했습니다.”

감독은 특히 주변의 공간을 관찰해 작품에 녹여내는 데서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최악의 하루’, ‘조금만 더 가까이’ 등 그가 연출한 영화에서 줄곧 배경이 된 서촌이 책에서도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서촌을 비롯해 제 눈에 띄는 모든 공간들을 이용해서 가상의 인물들을 얹고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예전엔 1호선 외대앞역에서 플랫폼을 두고 두 남자가 말싸움하는 내용의 단편영화를 연출한 적도 있어요. 시청방면 지하철은 늘 사람들로 붐비는데, 반대쪽 플랫폼은 한산한 그런 대비를 두 남자의 이야기로 푼 거죠.”

책을 세 권이나 낸 작가답게 “글을 쓰다보니 이쪽 분야에서도 ‘성취하고 싶다’는 포부가 점점 생긴다”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영화랑 달리 글은 저 혼자만 싸우면 되는 거잖아요. 사진, 영화 작업과 달리 글은 그 자리를 벗어나서도 쓸 수 있단 점도 좋고요. 그간 써왔던 짧은 콩트집도 좋지만, 쉰 살이 넘으면 장편소설책도 한 권 내고 싶어요.”

감독의 사진전은 이달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온그라운드 갤러리에서 열린다. 책에 실린 사진을 포함해 그가 찍은 사진 30점을 만날 수 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김종관#최악의 하루#골목 바이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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