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퍼포먼스로 재구성한 전통 詩·書·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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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작가 3인 양지앙 그룹 전시회

양지앙 그룹의 설치 프로젝트 ‘서예, 가장 원시적인 힘의 교류’. 중앙 테이블의 ‘차 마시고 향 음미하기’ 퍼포먼스는 내년 2월에 열릴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양지앙 그룹의 설치 프로젝트 ‘서예, 가장 원시적인 힘의 교류’. 중앙 테이블의 ‘차 마시고 향 음미하기’ 퍼포먼스는 내년 2월에 열릴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 사람들이 워낙 ‘구라’로 유명합니다. 그럴싸한 허풍이 틀림없는데 시종 진지하게 이야기하니까 묘하게 관심을 끄는 거죠.”

 내년 8월 27일까지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 2016: 양지앙 그룹’ 언론간담회. 작가의 설명을 듣는 내내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기자 옆에 큐레이터가 다가와 앉으며 말했다.

 전시 표제는 ‘서예, 가장 원시적인 힘의 교류’다. 지하 1층 396m² 면적의 직사각형 전시실을 높이 17m, 너비 14m의 캘리그래피(손글씨) 벽화, 소나무 모형, 짚으로 엮은 정자, 30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지름 11m의 원형 목재 테이블로 채웠다. 뭔가 이것저것 잔뜩 쌓아 놓았다 싶지만 아무리 봐도 허허롭다.

 양지앙 그룹은 정궈구, 천짜이옌, 쑨칭린 3인이 구성한 동향(同鄕) 작가 그룹이다. 중국 광둥 성의 해안도시 양지앙(陽江·양장)을 근거지 삼아 전통 시, 서, 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치 또는 퍼포먼스 작업을 선보여 왔다.

 이번 작품에 대해 이들은 “서예와 차 마시기를 관객과 함께 체험하는 긍정적 에너지 교류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실 천장에 주황색 형광 플라스틱 와이어를 길게 가로질러 묶어 만든 ‘피라미드 프레임’에 관해서는 “교류의 기운을 한곳에 집중시키기 위한 안테나 장치”라고 했다. 열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챌 수도 없는 와이어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수정 원석을 매달았다.

 이번 전시를 위해 소모한 비용은 총 4억 원이다. 작가들은 “내년 5월에는 초막과 소나무를 왁스로 굳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시 현장을 둘러보고 나서 그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나 궁금증을 품을 관람객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양지앙#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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