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나이키 창업자 “세상이 미쳤대도 계속 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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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독: 나이키 창업자/필 나이트 자서전/필 나이트 지음·안세민 옮김/552쪽·2만2000원·사회평론

 자기는 나쁜 경영자란다. 10년간 세 번이나 정리해고를 해 1500명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나이키를 창업해 연매출 300억 달러(약 34조2000억 원)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의 고백이다. 

 올해 78세인 저자의 첫 자서전은 솔직하다. 육상 선수를 꿈꿨지만 다른 선수의 등을 보고 달리며 재능이 없음을 인정했다. 미국인 대부분이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던 1962년, 세계 배낭여행을 나설 정도로 과감하고 엉뚱했다. 당시 24세였다. 배낭여행 중 무작정 일본 운동화 회사 오니쓰카(현재 아식스)를 찾아가 신발 300켤레를 들여와 팔기 시작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슈독’은 신발 연구에 미친 사람을 뜻하는 은어로, 저자와 괴짜 동료들에게 딱 맞는 말이다. 운동화와 달리기를 가장 성스럽게 여겼던 제프 존슨, 촉망받던 육상 선수였지만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보브 우델 등이 회사의 멤버가 됐다.

 창업 후 6년간 그는 월급 한 푼 가져가지 못하고, 은행 대출을 돌려 막으며 간신히 버텼다. 하지만 와플형 밑창과 에어쿠션을 도입하며 고객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반항아로 구설에 오르내리는 운동선수를 후원하며 혁신적인 브랜드 이미지도 구축한다.

 개인사도 책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들을 스쿠버다이빙 사고로 잃은 후 다이버들이 깊은 물속에서 위험에 처한 순간 행복감에 도취된다는 자료를 보며 애써 아픔을 달래는 모습은 여느 아버지와 다름없다.

 저자는 불투명한 미래를 불안해했던 젊은 날을 떠올리며 당부한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거다.” “앞으로 40년 동안의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누구와 함께 쓰고 싶은지 깊이 고민해보라.”

 화려한 성공담보다는 삶의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했던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지혜로운 이웃집 할아버지를 만난 기분이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슈독#나이키 창업자#필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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