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연주 대가’ 지휘자 네빌 마리너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일 16시 40분


코멘트
1984년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영화 '아마데우스' 홍보 포스터에는 "단 두 사람만 이 악보를 연주할 자격이 있습니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 밑에 두 사람의 사진이 있었는데 한 명은 하얀색 가발을 쓴 모차르트 사진이고, 다른 한 명은 나비넥타이를 하고 있는 영국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ASMF)의 지휘자인 네빌 마리너였다.

마리너는 모차르트의 생을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작업을 맡았다. 이 음반은 전 세계에서 650만장이 팔려 역대 가장 많이 팔린 클래식 음반 중 하나가 됐다. 이 영화의 서곡과도 같은 첫머리의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1악장) 선율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모차르트 연주의 대가로 불리는 영국의 거장 지휘자 마리너가 2일 별세했다고 ASMF 악단이 발표했다. 향년 92세.

영국 링컨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바이올린을 공부해 로열칼리지오브뮤직에 합격했다. 런던교향악단에서 제2바이올린의 수석을 맡고 있던 그는 "모든 사람의 의견이 동등한 악단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1958년 ASMF악단을 창단했다. 한 손에는 바이올린, 다른 한 손에는 지휘봉을 들고 연주하기도 했다. 1968~1977년에는 로스앤젤레스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1979~1986년 미네소타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았고 1984~1989년엔 독일스투트가르트라디오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고인은 90살이 넘어서도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 2년 전 아흔 살 생일을 축하하는 기념 콘서트를 직접 지휘했으며, 올 4월에는 ASMF와 내한해 손열음과 협연했다. 지난 5월에는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협연한 모차르트 앨범도 발매됐다. 유족으로는 1955년 결혼한 메리 엘리자베스 심스 부인과 1남 1녀가 있다. 아들 앤드류 마리너도 런던교향악단에서 활동하는 클라리넷 연주자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