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모바일 연재 나선 소설가들, “젊은 독자와의 만남 즐거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18시 23분


코멘트
소설가 백영옥 씨가 네이버 웹소설 ‘비정상 로맨스’를 연재한 지 4개월째다. 지하철 ‘덕수역’ 공익근무요원으로 파견된 남자가 옛 연인이자 지하철역 사무장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다. 백 씨는 ‘스타일’ ‘다이어트의 여왕’ 등의 소설로 문단과 대중의 사랑을 두루 받아온 작가이지만, 웹소설에 뛰어든 건 파격적이었다. ‘모바일 기반의 웹소설과 종이책은 독자가 다르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백 씨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중고교생부터 40, 50대 여성까지 많은 사람들이 독자다. 종이책을 냈을 때에 비해 독자 체감도가 100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댓글을 살펴보면 “진심 재미짐” 같은 구어(口語)도 보이지만, “뻔한 로맨스소설 같지 않고 전개도 빨라서 좋다”는 분석도 있다. 작가가 알게 된 게 또 하나 있다. “요즘 독자가 긴 글을 못 읽는다는 것은 편견”이라는 것이다. 백 씨는 회당 원고지 45~50매 정도를 쓴다. 만만찮은 분량이지만 독자들은 잘 따라 읽는다. 작가가 보기에 웹소설 독자들이 이렇게 문장을 읽어낼 수 있는 건 그만큼 텍스트 민감도가 높다는 뜻이다. 블로그나 문자메시지 등 글자를 이용한 소통방식에 익숙한 세대라서 그렇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문자가 종이나 PC버전의 형태가 아니라, 요즘 독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로 전달되는 것”이라며 “결국 중요한 건 독자들이 읽을 만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문학 작가들의 모바일 기반 소설 작업은 또 있다. 소설가 천명관 씨가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에 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의 연재를 시작한 데 이어 박범신 씨도 카카오페이지에 소설 ‘유리’를 선보였다. ‘이것이…’는 인천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건달들의 이야기, ‘유리’는 동아시아의 가상 국가를 배경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떠도는 남자의 이야기다. 칠순을 넘긴 소설가 박범신 씨는 200자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쓰다가 소설 ‘은교’를 쓰던 7년 전부터 컴퓨터로 작업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작업 방식도 바꾼 이 작가는 “독수리타법이라 어깨가 아파 침을 맞으면서 소설을 쓴다”면서도 “내게는 낯선 젊은 독자들에 대한 욕망이 있는데 모바일 연재를 통해 이렇게 (독자들과) 만날 수 있으니 기쁜 일”이라고 밝혔다.

요즘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텍스트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게 작가들의 한목소리다. 이런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 작가들의 모험과 시도는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