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훼손 논란 춘천 중도 고인돌, 북쪽 방형환호 옆으로 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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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委, 레고랜드 조성 둘러싼 학계-강원도 의견 절충

《문화재위원회가 논란이 됐던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의 청동기시대 고인돌(지석묘·支石墓)을 방형(方形·사각형) 환호 (環濠·마을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 외곽을 둘러싼 도랑) 옆으로 이전하고, 수장급(지배자) 주거지를 환호 위에 재현하기로 했다.

사업 용지 북쪽에 도로를 내도록 허가해 달라는 강원도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고고학계 의견을 반영해 방형 환호와 고인돌, 수장급 주거지를 한데 묶어 문화재보존구역에 새로 편입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총 5000억 원이 투입되는 레고랜드 건설과 관련해 문화재 보존 논란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춘천 중도 레고랜드 발굴현장에서 나온 사각형의 청동기시대 ‘방형 환호’. 한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방형환호라는 점에서 고고학계에서 보존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위 사진). 역시 레고랜드에서 발견된 고인돌(지석묘) 유구. 문화재위원회는 고인돌 48기를 방형 환호 근처로 이전하기로 했다. 문화재청 제공
춘천 중도 레고랜드 발굴현장에서 나온 사각형의 청동기시대 ‘방형 환호’. 한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방형환호라는 점에서 고고학계에서 보존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위 사진). 역시 레고랜드에서 발견된 고인돌(지석묘) 유구. 문화재위원회는 고인돌 48기를 방형 환호 근처로 이전하기로 했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위 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위원장 이현혜)는 18일 열린 회의에서 기존 문화재보존구역인 A1 지구에 도로 건설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문화재보존구역을 다시 설정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그동안 논란이 된 고인돌 48기의 이전 위치는 2014년 당시 결정한 중도 남쪽의 테마파크 확장 터에서 북쪽의 방형 환호 옆으로 바뀐다. 앞서 시민단체들이 고인돌 이전에 반발해 지난해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기도 했다.

또 문화재위는 2014년 발견돼 복토를 마친 방형 환호 위에 청동기시대 수장급 주거지를 재현하고 근처에 유물 전시관을 세우기로 했다. 실제 방형 환호 안에서 발굴된 수장급 주거지의 규모와 구조를 토대로 원형을 복원한 뒤 지상에 재현하겠다는 것. 2014년 문화재위의 조건부 승인 때는 방형 환호가 문화재보존구역에서 제외된 데다 복토 이후 활용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사업자인 영국 회사 멀린이 윈저 성 모형을 환호 위에 세우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문화재위원들이 “복토된 한국 문화재 위에 윈저 성 모형을 세우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번 결정으로 향후 레고랜드 사업 용지의 위치와 관람객 동선도 바뀌게 된다. 고인돌과 재현된 수장급 주거지가 사업 용지 위쪽에 자리 잡게 돼 레고랜드 시설은 현재 설계된 위치에서 남쪽으로 150m가량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또 레고랜드 관람객은 북쪽 주차장에서 내려 정문으로 걸어가는 중간에 유적과 전시관을 거치게 된다.

문화재위의 이번 결정은 한반도 유일의 방형 환호에 대한 학술적 가치를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둘레 403.7m의 방형 환호는 구릉지대에 있는 둥근 모양의 일반적 청동기시대 환호와 달리 사각형이고 평지에 설치됐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다. 평지 방형 환호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발견됐지만 지금껏 한반도에서는 나오지 않아 학계의 오랜 수수께끼였다.

방형 환호가 특히 중요한 것은 내부에 일대 주민을 다스린 수장의 주거지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환호 안에서만 총 186기의 주거지가 나왔다. 고고학계는 중도 유적을 통해 방형 환호가 중국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전파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한다.

문화재위는 강원도와의 협의를 거쳐 다음 달 1일 임시회에서 최종 방침을 확정한다. 강원도는 문화재위 승인이 나는 대로 6월부터 기반 공사에 착수해 내년 상반기 테마파크 개장에 이어 2018년 레고랜드 전체를 완공할 계획이다.

강원도는 문화재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학계와 지역사회의 관심사인 출토 문화재를 보존할 수 있는 데다 공사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연규복 레고랜드추진단장은 “문화재보존구역 재설정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강원도 입장에서는 도로 신설 등으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춘천=이인모 기자  
#문화재위#고인돌 환호 이전#레고랜드 사업#방형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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