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어른의 사랑, 스톱모션으로 완벽 표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1일 03시 00분


‘아노말리사’

‘아노말리사’는 3년 동안 11만8089프레임을 촬영해 완성됐다. 얼굴만 1261점이 제작됐고 의상과 소품도 1000점이 넘는다. 올댓시네마 제공
‘아노말리사’는 3년 동안 11만8089프레임을 촬영해 완성됐다. 얼굴만 1261점이 제작됐고 의상과 소품도 1000점이 넘는다. 올댓시네마 제공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청소년 관람불가다.

‘월레스와 그로밋’이나 ‘치킨런’을 떠올리면 안 된다. 30일 개봉하는 ‘아노말리사’는 100% 어른을 위한, 어른의 사랑을 그린다. ‘존 말코비치 되기’ ‘이터널 선샤인’ 등을 쓴 찰리 코프먼이 각본을 쓰고 공동 연출했다.

중년의 유명 작가 마이클 스턴이 미국 신시내티에 강연차 방문해 프레골리 호텔에서 묵는다.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역시 같은 호텔에 투숙한 리사에게 스턴은 한눈에 반한다. 스턴은 눈가의 상처 때문에 외모 콤플렉스가 심한 리사와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낯선 곳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남녀의 이야기. 뻔한 클리셰를 차별화하는 것은 스톱모션이라는 기법이다. 얼굴의 분절된 마디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점토 인형의 기괴한 몰골은 이 영화가 현대인과 사랑에 대한 일종의 우화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상기시킨다.

호텔 이름을 프레골리 망상(fregoli delusion·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이 실은 변장을 한 동일인이라고 생각하는 정신질환)에서 따왔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상습적인 우울과 무료함에 시달리는 스턴은 정신질환 하나쯤은 기본 장착하고 있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아쉬운 점은 스턴에 비해 리사가 단조롭고 예측 가능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둘의 사랑은 결말이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머무른다. 먹고 마시고 싸고 잠자고 섹스하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스톱모션으로 완벽에 가깝게 표현한 연출력이 빛난다.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 (★ 5개 만점)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아노말리사#베니스국제영화제#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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