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국 록의 매력은 별난 사람들의 반란”

  • 동아일보

7집 ‘Night Thoughts’ 낸 英 그룹 ‘스웨이드’의 맷 오즈먼

최근 신작을 낸 영국 록 밴드 스웨이드. 맷 오즈먼(베이스기타·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사람들 삶의 비극적 순간에마저 함께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왼쪽부터 사이먼 길버트(드럼), 리처드 오크스(기타), 브렛 앤더슨(보컬), 오즈먼, 닐 코들링(건반).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최근 신작을 낸 영국 록 밴드 스웨이드. 맷 오즈먼(베이스기타·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사람들 삶의 비극적 순간에마저 함께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왼쪽부터 사이먼 길버트(드럼), 리처드 오크스(기타), 브렛 앤더슨(보컬), 오즈먼, 닐 코들링(건반).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1990년대 영국이 내세운 국가브랜드는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였다. 문화적 자존심에 기반을 둔 그 물결의 중심에 브릿팝(britpop·영국적 사운드를 강조한 대중음악)이 있었다. 록 밴드 스웨이드(Suede·1989년 런던 결성)의 등장과 그들의 데뷔작(‘Suede’·1993년)이 일군 선풍은 브릿팝 태동에 도화선 역할을 했다.

스웨이드가 3년 만에 정규 7집 ‘Night Thoughts’(국내 1월 29일 발매·사진)로 돌아왔다. 신작은 꿈길에 핀 보랏빛 강철 히아신스 군락처럼 우아하고 몽롱하며 맹렬하고 장엄하다.(♥♥♥♥ 10점 만점에 8.2점) 스웨이드 초기 명작 못지않은 쾌작이라는 평단의 극찬이 잇따른다.

스웨이드 27년 역사의 증인인 베이시스트 맷 오즈먼(49)을 최근 전화로 만났다. 런던 자택에서 수화기를 든 오즈먼은 “(2011년 여름 경기 이천)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에서 대단한 열기를 뿜은 빗속의 관객들을 아직 기억한다. 꼭 다시 방한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별세한 데이비드 보위 얘기부터 나눴다. 오즈먼은 2002년 7월 10일 영국 올드 트래퍼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특설무대를 잊지 못했다. “보위 바로 전에 저희가 공연할 때만 해도 폭우가 쏟아져서 5만 관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죠. 근데 글쎄 보위가 무대에 발을 딱 딛자마자! 비가 뚝 그치고 해가 나는 거예요. ‘와!’ 하고 놀랐죠. ‘보위의 수많은 재능 중엔 날씨 제어 능력도 있구나!’ 하하. 그가 진짜 화성인이라고 믿진 않지만 믿을 수 없는 재능을 지닌 인간임에는 틀림없어요. 만날 때마다 영감을 준 긍정적인 사람, 50년 넘게 음악의 한계에 도전한 인물.”

스웨이드 신작의 드라마틱함은 영화처럼 전곡이 끊임없이 맞물려 전개되는 데서 나온다. “극예술 같은 음반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 사랑, 나이 듦에 관한 작품. 듣는 분들을 완전히 몰입시켜버릴 음반 말이에요.”

제작 방식도 특이했다. “가사도 주선율도 없는 상태에서 벨기에 브뤼셀의 스튜디오에서 하나의 긴 곡을 연주하듯 녹음했어요. 브렛(보컬인 브렛 앤더슨)이 거기에 가사와 멜로디를 덧대 완성했죠.”

그의 죽마고우이자 동료인 앤더슨은 요즘 어떨까. “브렛은 (초기와 달리) 지나친 감상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늘 기대를 뛰어넘는 곡을 써냅니다. 그와 일하는 것이 요즘 더 좋아졌어요.”

오즈먼은 “다가올 세계 순회공연에서 한국에 갈 가능성이 75% 이상”이라고 했다. “한국 음악의 힘이 세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빅뱅’ 같은 팀은 팝 밴드로선 드문 느낌을 줘 인상적이었죠.”

그가 보는 브릿팝, 영국 록의 정수는 무엇일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팝스타가 되는 것 아닐까요. 조니 로튼(섹스 피스톨스), 모리시(스미스)…. 별난 사람들의 반란이 차트 1위로 이어지는 것.” 스웨이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저희 데뷔작은 뭔가의 시작이 된 앨범이에요. 우린 음악에 리얼리티를 담아냈죠. 삶. 영국 노동계급의 진짜 삶 말이에요. 당대 영국 음악의 진로를 바꾼 밴드에 있다는 게 전 늘 자랑스럽습니다.”

오즈먼은 지금 ‘넥스트 스웨이드’가 시작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신작에서 어둡고 어려운 음악을 시도했는데 이렇게 좋은 반응이 올 줄 몰랐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 언제나 멋진 일이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스웨이드#맷 오즈먼#night thou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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