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내부자들’ 짝퉁?…어디서 본 듯한 드라마 ‘리멤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15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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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인데도, 이런 데서 하루도 못 있겠다.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네.”

18일 종영한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리멤버) 속 재벌 2세 남규만(남궁민)이 자기대신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서재혁(전광렬)을 면회한 뒤에 남긴 한마디다. 그랬던 그이지만 결국 자신의 범죄에 대한 처벌을 받았다.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위해 고군분투한 장본인은 재혁의 아들 서진우(유승호). 그는 변호사가 돼 아버지 누명을 벗기고 살인사건의 진범도 밝힌다.

‘리멤버’는 살인사건으로 억울하게 누명 쓴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재벌, 권력과 싸우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법정드라마다.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 ‘변호인’(2013년)의 시나리오를 쓴 윤현호 작가의 드라마 데뷔작이자 군에서 제대한 배우 유승호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 자릿수로 시작한 시청률도 회를 거듭하면서 상승해 평균시청률 1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과 별개로 이 드라마는 방영 내내 영화 ‘베테랑’ ‘내부자들’의 ‘짝퉁’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재벌 2세의 범죄로 촉발된 드라마는 지난해 최고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 ‘베테랑’의 시작점과 유사하다. 사이코패스 같은 성격을 가진 남규만이 악행을 거듭하는 모습 또한 ‘베테랑’ 속 조태오(유아인)의 모습과 판박이다. 그 외에도 여러 작품 속 설정이 드라마 속에 있다. 한번 본 모든 것을 기억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서진우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4년) 속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은 서재혁은 영화 ‘7번방의 선물’ 속 이용구(류승룡)를 떠올리게 한다.

후반부는 ‘내부자들’의 데칼코마니다. 남규만의 악행을 밝히는 과정에서 그에게 협조한 경찰, 오른팔이었던 수행비서, 가족 등 내부자의 양심선언이 잇따랐다. 검찰 내에서 ‘족보 없는 검사’로 불린 탁영진(송영규)은 남규만의 일호그룹 변호사로 들어가 그에게 한방을 날린다. 남규만 살인자백 동영상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폭로된다. 이런 내용들은 ‘내부자들’ 속 권력자들의 뒤를 봐온 안상구(이병헌)가 이들의 관계를 폭로하고 검사 우장훈(조승우)이 내부자로 잠입해 이들의 영상을 촬영해 대중들에 유포한 내용과 흡사하다.

‘리멤버’가 앞선 영화들과 차별되는 지점, 지상파 드라마로서 폭넓은 시청자 확보를 위한 설정은 물론 있다. 요즘 드라마의 필수요소로 거론되는 남녀 주인공의 ‘심쿵’한 러브라인. 그리고 ‘초능력자’였던 주인공을 알츠하이머 환자로 둔갑시켜 시시때때로 자극하는 눈물샘. 그래도 제목과 달리 괜찮은 드라마로 기억되기에는 역부족이다. ★☆ (별 5개 만점)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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