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의 화해-통합 정신 개신교도 꼭 배워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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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 하관예배 집례한 고명진 목사

교회 내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고명진 목사는 “교회는 이웃을 위해 항상 바쁘고 열려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일회적 자선이 아니라 스스로 자활할 수 있는 기회 제공과 맞춤복지를 추구하고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교회 내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고명진 목사는 “교회는 이웃을 위해 항상 바쁘고 열려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일회적 자선이 아니라 스스로 자활할 수 있는 기회 제공과 맞춤복지를 추구하고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마지막으로 떠나면서 우리 모두에게 남겨준 유산이 많습니다. 굽히지 않는 용기와 포용, 화해와 통합의 정신은 우리 현실의 개신교도 꼭 배워야 할 큰 가르침입니다.” 지난달 26일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에서 하관 예배를 집례한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59)의 말이다. 최근 이 교회에서 그를 만났다. 》

―어떻게 하관 예배를 집례하게 됐나요.

“유족들이 YS와 평소 가깝게 지낸 원로목사(김장환 목사)께 국가장 중 개신교 부분은 모두 맡긴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회 장례식은 주로 원로급 목회자들이 참여하고, 하관 및 부활대망예배 쪽은 그래도 ‘젊은’ 제 몫이 됐네요. 하하”

―YS 생전에 어떤 인연이 있었습니까.

“YS는 대통령 퇴임 뒤 상도동 자택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매년 한두 차례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국가장에서도 노제가 생략됐는데 평소 경호 문제 등으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걸 싫어했습니다.”

―YS는 개신교 장로이기도 했는데요.

“신앙의 뿌리가 깊은 분이었죠. 그분 어록 중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어떤 역경과 고통이 와도 이겨내겠다는 신앙관이 깔려 있습니다.”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돼 있는 교회에는 평일이었음에도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평일에 사람 많은 교회는 오랜만에 본다”고 하자 그는 “공간 크기에 비해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곳들이 어딘지 아세요”라고 되물었다. 기자가 머뭇거리자 그는 “교회와 기도원, 성당, 사찰…”이라며 웃었다.

―너무 솔직한 말 아닌가요.(웃음)

“사실이 그런데요 뭐. 그래서 교회가 잠시도 노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교육과 복지 활동이 쉴 새 없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교회와 관련된 산하 기관이나 활동에는 ‘예닮’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간다. 2017년 3월 개교가 목표인 가칭 ‘중앙예닮학교’는 다양한 이유로 기존 학교를 벗어난 탈(脫)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학교 6개, 고교 12개 학급 규모로 장애 학생과의 통합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예닮은 무슨 뜻인지요.

“우리 교회 목표 중 하나가 ‘예수님 닮게 살아라’입니다. 저도 그렇게 살기를 희망하는 목회자 중 한 명이고요. 명품, 귀족학교는 누구나 운영하려고 하지만 탈학교 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습니다. 수원에서만 한 해에 1400여 명, 전국적으로 6만여 명의 학생이 학교를 포기합니다.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곳은 종교 시설밖에 없습니다. 한 교회 차원에서 벅찬 일이지만 우리 사회와 미래를 위한 노력입니다.”

―개신교의 배타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2013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사회봉사 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종교’라는 조사에서 개신교가 41.3%로 1위였습니다. 가톨릭과 불교는 각각 32.1%와 6.8%였고요. 그럼에도 교회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차갑기만 합니다. 한마디로 ‘예수는 오케이(OK), 개신교는 노(No)’인 셈이죠.”

―그 원인은 뭡니까.

“하나님이 정말 기뻐하는 일을 못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 특히 개신교 신앙이 없는 불신자(不信者)들을 위한 일을 하면 됩니다. 매주 일요일은 물론이고 평일 새벽에도 나오는 ‘열성 당원’들이 세상에 또 어디 있습니까? 그럼에도 세상을 못 바꾸는 것은 우리들의 기도와 노력이 나와 가족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 기도가 세상으로 향해야 합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ys#김영삼#고명진#하관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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