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청각 장애인 위한 음악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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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때로 청각장애인처럼 말을 못하는 괴로움을 느낀 적이 있어요.”

3일 ‘청각장애인 성전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바다 재능 나눔 음악회’를 여는 S.E.S. 출신의 뮤지컬 배우 바다(본명 최성희·35)와 아시아 최초의 청각 장애인 사제인 박민서 신부(47)를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보컬학원에서 만났다. 바다는 안양예고 1학년 재학 시절 얘기를 꺼내며 왜 청각장애를 남의 일처럼 느끼지 않았는지, 재능 기부 제안에 흔쾌히 응했는지를 설명했다.

“학교 연극 오디션 보는 날이었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전혀 안나왔어요. 후두염증이었어요. 수술을 받고 원래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6개월 동안 말을 못하고 지냈어요.”

가수가 꿈인 소녀에게는 작지 않은 시련이었다. 그는 종이에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야했다. 친구와 주변인의 도움과 배려를 많이 받았다. 당시 그를 청각 장애인으로 오해한 사람들은 입을 크게 벌리며 또박또박 천천히 말해주기도 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바다의 눈이 금세 빨개졌다.

이번 음악회는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가 주최한다. 담당 사제인 박 신부는 청각장애인이 한국에서 신학 공부를 할 여건이 안 되자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마쳤다. 2011년부터 청각장애인을 위한 성당 건립에 착수해 2013년 부지를 매입했지만 건축비는 엄두를 못내고 있다.

박 신부는 “청각장애인은 수화 통역이 없으면 미사에서 신부 말을 이해하기 어렵고, 비장애인 신자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다”며 “청각장애인이 소외되지 않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절실하다”고 수화로 말했다.

바다는 올 봄 서울 한남동 성당에서 박 신부를 처음 봤다. 이후 박 신부가 바다에게 노래 한 두곡 정도를 곁들인 특강을 부탁했다. 바다는 아예 공연을 열겠다고 나섰다.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인터뷰 중 바다는 성가 ‘나’ 중 몇 소절을 불렀다. 뮤지컬 때의 폭발적인 발성과는 달리 아주 부드러운 음색이었다. 바다는 감성적인 노래를 부를 때면 가족이 인천 소래포구 도두머리 마을의 작은 성당 한 켠을 빌려 살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고 했다.

“집안 형편이 안 좋았거든요. ‘아픈 아빠를 낫게 해주세요’라고 다락방에서 기도하고, 달밤에 제 그림자를 보며 옷이 흠뻑 젖도록 노래와 춤 연습을 했어요. 제가 성당 청소 담당이었는데, 청각장애가 있는 할머니가 항상 일찍 오셔서 침묵의 기도를 하셨죠.”

음악회는 3일 오후 7시반 서울 용산구 이촌로 천주교 한강성당에서 열린다. S.E,S. 시절의 히트곡과 성가 등 10여 곡을 부른다(2만 원·02-995-7394)

“데뷔 18년이 됐지만 어쿠스틱 공연은 처음이에요. 화려하지 않아도 관객 분들이 ‘영혼을 샤워할 수 있는’ 공연이 되기를 바랍니다. 청각 장애가 없었다면 분명 저보다 훨씬 더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하셨을 분들이 계셨을 거예요. 그분들을 대신해 노래할게요.”(바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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