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위대한 제국엔 주변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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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평천하의 논리/헤어프리트 뮌클러 지음/공진성 옮김/448쪽·2만 원·책세상

2002년 1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은 미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냉전 이후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이 본격적인 제국주의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실제로 이 발언 이후 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라크와 리비아가 정권 붕괴의 길을 걸었다. 현재 미국은 150개국에 걸쳐 700개 이상의 군사기지와 25만 명의 병력을 거느리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실제 제국주의 국가인가.

이 책은 한때 제국으로 불린 로마와 몽골,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미국의 사례를 풍부하게 검토한 뒤 제국과 제국주의는 분명 다르다고 결론을 내린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주변부에 대한 시각과 군사력에 대한 의존도다. 제국주의 정책을 구사하는 나라는 주변부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힌 나머지 군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역사에서 제국은 주변부에 대한 시각이 유연하고, 군사력보다 정치, 경제, 문화적 파워를 더 중시한다. 압도적인 문화적 매력으로 주변국들의 존경을 받고 심지어 이민족의 자발적인 복속까지 이끈 로마제국의 ‘팍스 로마나’가 대표적인 사례다.

20세기 초반 제국주의 침략에 나선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처럼 주변부에 대한 군사적 억압은 늘 자멸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반면 군사력에 들어가는 낭비를 최소화하고 주변부를 적절히 통제한 로마는 1000년이나 존속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현대제국 미국의 딜레마가 숨어 있다. 주변부의 존경을 이끌어내는 것은 다름 아닌 제국의 역사적 사명인데 민주주의 수호 같은 제국의 사명을 수호하기 위해선 군사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최근 시리아 사태를 놓고 인도주의적 개입과 현실주의적 방관 사이에서 미국이 갈팡질팡한 게 극명한 사례다.

동아시아에 있는 우리도 제국과 마냥 무관할 수는 없다. 새로운 제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코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반(反)중국 연합을 형성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강력한 이웃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인가? 제국의 역할과 활동에 대한 질문은 한국 독자들에게 현재의 정치적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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