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신문연재 박경리 소설 ‘은하’ 단행본으로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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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주인공의 대중 연애소설

‘아이 한번 낳아보지 못한 연실의 단단한 젖가슴이 흔들렸다. 이성태는 연실을 바라보다가 자기도 옷을 후딱후딱 벗었다. 산사의 밤은 죽음같이 고요하고 달빛은 한층 그 차가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따금 부엉새의 울음이 한층 직정을 북돋아준다.’(167쪽)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이 1960년 4월 1일부터 8월 10일까지 대구일보에 연재한 장편소설 ‘은하’(마로니에북스)가 최근 단행본(사진)으로 처음 출간됐다. ‘은하’는 전형적인 대중 연애소설. ‘토지’만 알고 있는 독자라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1950년대 여대생인 주인공 최인희는 실연의 아픔과 아버지의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충동적으로 재력가 이성태의 재취로 들어간다. 인희는 사랑 없는 결혼 생활에 고통을 느끼고, 옛 애인의 친구 강진호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이성태도 최인희의 젊은 계모 연실과 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삼각관계, 불륜, 우연한 사고가 등장하고 첫날밤에 ‘처녀의 날’을 운운하는 등 선정적인 묘사가 난무하는 작품을 박 선생이 왜 썼을까. 조윤아 가톨릭대 교수는 해설에서 “1960년 초반에는 최희숙 같은 여대생 작가들이 독서 시장을 장악해 젊은이의 연애와 결혼 문제를 주요 서사로 다뤘다”며 “이런 책들이 수십만 부가 팔려 나가는 상황이 제도권에서 활동하는 여성 작가들에게 큰 경각심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은하#박경리#연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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