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90년대 이스탄불의 민낯 드러낸 흑백의 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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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출신 美작가 아라 귈레르 사진전

아라 귈레르의 1954년작 ‘오일 독에서 일감을 기다리는 짐꾼들’. 인물 저마다의 사연이 또렷이 배어난 표정과 자세로부터 스펙터클을 끌어냈다.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아라 귈레르의 1954년작 ‘오일 독에서 일감을 기다리는 짐꾼들’. 인물 저마다의 사연이 또렷이 배어난 표정과 자세로부터 스펙터클을 끌어냈다.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예술은 종종 예술이고자 의식하지 않은 지점에서 발현한다. 터키 출신 사진가 아라 귈레르(86)가 그런 경우다. 내년 3월 28일까지 서울 송파구 위례성대로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그의 첫 국내 개인전 ‘이스탄불의 눈’이 열린다. 1950∼90년대 이스탄불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 100여 점 어느 한 구석에서도 멋스러움을 추구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것을 보고 ‘예술이 아니다’라고 할 이는 드물 것이다.

프레임 중심에 놓인 것은 한결같이 ‘사람 이야기’다. 머릿수건을 두른 여인이 떠나는 배의 조그만 원형 창으로 어깨를 겨우 내민 사내에게 꼭꼭 접은 편지를 조심스레 건넨다. 부두 골목에 늘어앉아 일감을 기다리는 짐꾼 아홉 명의 시선과 표정에는 시커멓게 타들어간 제각각의 속내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22세 때 신문 사진기자 일을 시작한 귈레르는 40세 때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으로부터 세계 10대 사진가로 선정된 뒤에도 기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나는 ‘시각적 역사가’다. 성소피아성당을 촬영하는 순간 내게 중요한 건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이다. 사진은 삶과 고통에 대한 기억을 제공하는 매체다. 예술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사진은 진실만을 반영한다.”

터키 외에 이란 아프가니스탄 인도 파키스탄 케냐 등을 오가며 그가 쌓은 필름 원판은 80만 장에 이른다. 중년부터는 마리아 칼라스, 버트런드 러셀, 앨프리드 히치콕, 파블로 피카소 등 유명 인사와의 인터뷰 사진에 주력했다. 사진가로서 명성을 안긴 건 1950, 60년대의 이스탄불 흑백사진. 이번 전시에서 그 일부를 확인할 수 있다. 02-418-1315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이스탄불#아라 귈레르#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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