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날마다 하나씩 버리기’를 쓴 동화작가 선현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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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운 물건과 작별땐 사진 찍어… 하나씩 나눠주며 배려를 얻었죠”

3일 오후 동화작가 선현경 씨가 자신의 작업실 책상 앞에서 아끼는 장난감 인형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책에서 “버리면서 홀가분해지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쁨을 알게 되는 소중함을, 그리고 덤으로 주어지는 새로운 삶을 당신과도 함께 누리고 싶다”고 썼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3일 오후 동화작가 선현경 씨가 자신의 작업실 책상 앞에서 아끼는 장난감 인형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책에서 “버리면서 홀가분해지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쁨을 알게 되는 소중함을, 그리고 덤으로 주어지는 새로운 삶을 당신과도 함께 누리고 싶다”고 썼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동화작가 선현경, 만화가 이우일 씨 부부와 고등학생 딸이 함께 사는 서울 연희동 집에 들어서면 눈이 즐겁다. 이 집 지하실부터 2층까지 놓인 장식장에는 부부가 20년 넘게 모아온 수만 개의 장난감이 가득해 눈을 돌리며 감탄하기 바쁘다. 책장에는 라면 상자 100개에서 풀었다는 책도 빽빽이 꽂혀 있다.

‘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였던 선 씨가 365일간 ‘1일 1폐(一日一廢)’를 실천한 기록을 담은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예담)를 출간했다. 그는 하나씩 버릴 때마다 물건을 그림으로 그리고 여기에 얽힌 추억이나 버릴 때 심정을 일기로 남겼다. 소소한 일기장인데 소비 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어떻게 버리기로 결심했나.

“물건을 즉흥적으로 사고,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이었다. 지난해 4월 친구가 저장강박증을 다룬 다큐멘터리 ‘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들, 호더(Hoarder)’를 소개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집 안의 살림살이, 장난감, 옷, 책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이러다간 물건에 깔려 죽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일주일은 양말만 버렸던데….

“일단 쉽게 버릴 수 있는 것부터 버려 보자는 마음이었다. 선물 받은 것은 절대 못 버리는데 물건을 그리고 일기를 쓰는 과정 속에서 떠나보낼 수 있었다. 이게 나에겐 ‘마법의 노트’인 셈이다. 20년간 간직했던 캐나다 유학시절 가방도 일기를 쓰면서 비로소 작별할 수 있었다. 물건에 대한 동지애를 그림으로만 간직한 것이다.”

―버리는 노하우를 알려준다면….

“일기 쓰기가 어렵다면 버릴 물건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간단하게 메모해도 된다. 버리기 아까운 물건은 사진으로 찍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원하면 준다. 물건을 하나씩 버리고 나눠주면서 우리 가족이 변했다. 무조건 싸다고 사지 않고 물건의 쓰임새를 살핀다. 예전보다 물건을 사는 양이 확 줄었다.”

지하실에는 새 주인을 기다리는 물건이 가득했다. “죽을 때 함께 묻을 장난감”은 따로 모셔뒀다는데도 이렇게나 많다니 놀라웠다. 높이 40cm 크기의 스파이더맨 피겨가 욕심이 났다. 선 씨는 넉넉하게 웃으며 가져가라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선현경#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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