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세기의 바둑’ 韓 조훈현 - 中 녜웨이핑… 17년만에 ‘연륜의 수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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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최고의 사제팀 인터넷 대결
제자 이창호-창하오 23일 대국… ‘창과 방패’ 스승들은 30일 맞붙어

조훈현 9단
조훈현 9단
‘창은 날카롭고 방패는 견고하니 승부는 하늘에 있다(矛利盾堅勝負在天).’

1989년 4월 25일자 중국 항저우(杭州)신문 1면에 실린 글이다. 창은 조훈현 9단을, 방패는 녜웨이핑((섭,접)衛平) 9단을 말한다. 제1회 잉창치(應昌期)배 결승 1국이 열리는 날 한중 두 바둑 영웅을 대서특필한 내용이다. 당시 녜웨이핑은 일중슈퍼대항전에서 일본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을 상대로 11연승을 거두는 등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때였다. 서양에서는 그를 세계 1위로 꼽았다. 반면 조 9단은 국내 1위였지만 중국 일본에서는 변방 1위라고 깎아내리던 때였다. 조 9단은 이날 보기 좋게 첫 승을 거뒀다. 이후 둘은 1-1, 2-2로 팽팽하게 맞섰다. 5개월 뒤 싱가포르에서 열린 최종국에서 조 9단이 불계승을 거뒀다. 세계 바둑의 물줄기를 바꾼 사건이었다. 이후 한국은 바둑의 중원을 장악하게 된다.

녜웨이핑 9단
녜웨이핑 9단
그 두 기사가 오랜만에 바둑으로 겨룬다. 이번엔 각각 1명의 제자와 함께 나온다. 조 9단이 내제자로 키운 이창호 9단과 녜웨이핑이 잉창치배에서 패한 뒤 “내게는 깜짝 놀랄 후계자가 있다”고 말했던 창하오(常昊) 9단이다. 넷마블-바둑nTV가 주최하는 ‘한중 최고 사제대결’이다.

먼저 제자들이 23일 오후 10시 인터넷에서 대국한다. 넷마블에서 해설과 함께 생중계한다. 이창호와 창하오는 1997년 제1회 한중천원전에서 처음 맞붙었다. 이창호가 2-1로 우승했다. 이후 후지쓰배(1998년) 잉창치배(2000년) 도요타덴소배(2003년) 등 4차례 결승전에서 모두 이창호가 이겼다. 그러나 2007년 삼성화재배 결승에서는 창하오가 우승했다. 두 기사는 첫 대국이후 2008년까지 11년 동안 39번을 싸웠다. 역대 전적은 28승 11패로 이창호가 우세하다.

스승끼리의 대결은 그 일주일 뒤인 30일 오후 10시 열린다. 역대 전적은 9승 6패로 조 9단이 앞서 있다. 두 기사는 1997년 롯데배 한중대항전에서 대국한 이후 근 17년 만에 다시 만났다. 비록 인터넷이지만 연륜이 묻어나는 수담(手談)을 나누게 될 것이다. 우승팀 상금은 2000만 원, 1-1로 비기면 상금을 반분한다.

조 9단은 “지난해 녜웨이핑의 건강이 나빠졌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바둑을 둘 정도로 회복이 돼 정말 다행”이라며 “이젠 서로 나이가 들어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조훈현#녜웨이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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