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초반 국면을 주도했다. 그 바람에 조한승 9단은 자신의 기풍과는 달리 대마를 공격하는 바둑을 두게 됐다. 유연한 기풍의 그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바둑이었다.
대마를 쫓는 과정에서 대형 바꿔치기가 일어났다. 흑은 77의 맥점을 두고 91까지 중앙 백 3점을 잡았다. 백도 대가로 좌하귀를 차지했다. 손익계산서는 흑의 우세. 이후 백에게도 우위를 차지할 기회가 있었다. 참고도에서 흑 ○로 들여다볼 때 백이 ‘가’로 바로 이은 게 실착. 백 1, 3으로 받아야 했다. A로 끊는 수가 남기 때문이다.
이 바둑은 중후반까지 이세돌이 줄곧 우세했다. 이세돌은 안전운행을 했고, 조한승은 그 틈을 비집고 조금씩 추격했다. 막바지에 이세돌이 끝내기 실수를 해 역전패했다. 국후 박우량 신안군수가 두 선수를 초청한 저녁 자리에서 이세돌은 통 음식을 먹지 못했다. 좋은 바둑을 진 자신을 자책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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