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스타 연출가들, 전통창극의 파격변신 주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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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무대, 확 끌리는 관객

연극 연출가 한태숙 씨(작은 사진)는 창극 ‘장화홍련’을 현대 가정에서 벌어지는 기괴하고 음산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전형적인 창극을 기대한 관객에겐 낯설 수 있다. 국립창극단 제공
연극 연출가 한태숙 씨(작은 사진)는 창극 ‘장화홍련’을 현대 가정에서 벌어지는 기괴하고 음산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전형적인 창극을 기대한 관객에겐 낯설 수 있다. 국립창극단 제공
샤워실에서 끔찍한 살인이 벌어진다. 사라진 언니를 찾던 동생은 목이 졸려 숨진다.

광기와 비극으로 점철된 연극 같은 이 작품은 국립창극단이 내놓은 ‘스릴러 창극’이다. 2년 전 초연돼 호평을 받은 ‘장화홍련’이 다시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1∼5일·해오름극장).

한복에 댕기머리 대신 일상복 차림의 배우가 상징하듯 ‘장화홍련’은 기존 창극의 문법을 벗어던졌다. 판소리 창법의 대사도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중견 연극 연출가 한태숙 씨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창극을 풀어냈다. 연극 ‘오이디푸스’ ‘레이디 맥베스’ 등을 통해 선보인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강렬한 무대를 창극에 그대로 가져왔다.

연극, 뮤지컬계의 스타 연출가들의 창극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판소리에 이야기를 엮은 창극에 연극, 뮤지컬 연출 기법을 접목시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국립창극단이 6월에 선보이는 ‘변강쇠 점찍고 옹녀’는 연극 연출가 고선웅 씨가 맡았다. 연극 ‘칼로 막베스’ ‘리어외전’ 등 고전을 재치 있게 비틀며 독특한 작품을 내놓았던 고 씨는 변강쇠전으로 창극에 처음 도전한다. 역시 기존 변강쇠전을 새롭게 해석해 옹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재기발랄하게 이야기를 풀어낼 계획이다. 창극 최초의 ‘19금 작품’으로 무대화할 예정.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동명의 영화로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스타 연출가 장유정 씨는 이번엔 창극을 준비 중이다. 장 씨의 선택은 ‘햄릿’. 창작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그날들’ 등 재미와 감동을 갖춘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온 장 씨는 ‘햄릿’으로 대중적 창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 씨는 판소리를 직접 배울 정도로 창극 연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공연된 창극 ‘메디아’는 스타 연극 연출가 서재형 씨가 맡아 스펙터클한 무대를 선보였다. 뮤지컬 ‘영웅’ ‘명성황후’ 등으로 유명한 윤호진 씨 역시 창극 ‘서편제’를 연출해 수채화 같은 영상미로 호평을 받았다.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더욱 많은 관객과 호흡하기 위해서는 창극이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통 창극과 현대 창극을 번갈아 공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문성 국악평론가는 “창극이 지닌 핵심 요소를 유지하면서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진통도 있었다. 초기엔 ‘창극이냐 연극이냐’는 논란과 함께 창극단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연극연출가가 연출한 첫 창극인 ‘장화홍련’을 비롯해 ‘메디아’ ‘서편제’가 모두 매진을 기록하자 반발도 수그러들었다. 작품이 활발히 제작되면서 최근 국립창극단은 10여 년 만에 신입단원 6명을 뽑았다.

지기학 창극 연출가는 “마당에서 하던 풍물놀이가 사물놀이를 만들고, 사물놀이가 ‘난타’를 탄생시켰듯이 창극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스타 연출가#한태숙#고선웅#장유정#서재형#윤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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