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EPL 명감독 30여명이 말하는 “리더십이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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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신
마이크 카슨 지음/김인수 이주만 옮김/413쪽·1만6000원/알에이치코리아

밤새 당신의 목은 안녕하신가? 축구 감독들은 늘 칼날 위를 걷는다. 언제 목이 댕강 달아날지 모른다. 절박하다.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길어야 계약 기준으로 2년 정도나 될까.

이 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감독 30여 명의 심층 인터뷰를 경영학적으로 분석했다. ‘축구 명감독들의 리더십’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들의 ‘지극히 사적이고 인간적인 토로’라고도 할 수 있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맨유 왕국’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야 약방의 감초. 박주영을 거의 출전시키지 않았던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의 말이 인상적이다. “금요일마다 경기에서 제외되는 14명(엔트리 25명)을 고르는 일은 죽을 맛이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에 그들을 만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좋아, 다시 해보자. 우린 같은 배를 탔잖아’라고 말하는 건 더욱 그렇다.”

2012년 정초 선덜랜드에 있던 지동원이 선두 맨체스터시티와의 경기 후반 48분에 ‘버저비터 골’을 터뜨려 1-0으로 이겼다. 당시 선덜랜드 감독은 마틴 오닐. 그는 “최전방 공격수들이 미드필더로 내려왔고, 미드필더들이 중앙 수비를 맡을 정도였지만 우린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제 모리뉴 첼시 감독은 ‘축구는 인간과학’이라고 단언한다. 결국 사람 문제라는 것. 그는 “비행기 자리가 모자랄 땐 선수들이 비즈니스석, 난 당연히 이코노미석”이라고 말한다. 축구 천재 길들이기, 패배 스트레스 대처법, 언론 활용법, 선수들과의 소통, 구단주와의 밀당…. 그런 ‘내밀한 이야기’가 책 곳곳에 숨어 있다. 다만, 모든 걸 ‘리더십 틀’에 넣으려다 보니 ‘억지춘향’ 느낌도 든다. 중간중간 흐름이 덜컹거린다. 감독의 본능적 직감 같은 것이 그렇다. 그런 건 이론의 틀보다는 그냥 놔두는 게 낫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승부의 신#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경영학#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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