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유은실 “비범한 아이가 평범해졌다고 실패일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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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신작 ‘일수의 탄생’ 낸 동화작가 유은실씨

3년 만에 신작 ‘일수의 탄생’을 펴낸 동화작가 유은실 씨. 민음사 제공
3년 만에 신작 ‘일수의 탄생’을 펴낸 동화작가 유은실 씨. 민음사 제공
“제 생일이 7월 6일이에요. 아버지는 하루만 늦게 태어났으면 제 이름을 ‘유칠칠’로 지을 뻔했다고 하셨지요. 아마 그때부터일 겁니다. 7월 7일에 태어난 아이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하는 상상을 시작한 게. 그 상상이 이 책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동화작가 유은실 씨(39)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일수의 탄생’(비룡소·사진)에는 행운의 숫자 7이 두 번이나 겹치는 7월 7일에 태어난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부모가 ‘일등 하는 수재가 돼라’는 의미로 지어준 일수(一秀)는 태생부터 범상치 않은 아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받아쓰기에서 3번 연속 100점을 맞으며 부모의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일수. 하지만 이후 딱히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이 굳건히 중간만 지키는 평범한 아이로 자라난다. ‘나는 누구인지’ ‘내 쓸모는 무엇인지’ 의문을 품은 채 30대 백수가 될 때까지.

작가는 한국어린이도서상(2007년)을 받은 단편동화집 ‘만국기 소년’과 단편집 ‘멀쩡한 이유정’에서 남보다 조금 모자라고 뒤처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유은실표 동화’라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실패하는 주인공을 좋아하는 작가라는 얘기를 듣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문제투성이고 뒤죽박죽인 삶이라도 그 자체로 삶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서 그런 것 같습니다.”

소설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어른이 썼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서투르게’ 붓글씨를 쓰는 재주가 있음을 깨달은 일수가 초등생들의 가훈 쓰기 과제를 대신 해 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이 30대가 되는 동화가 별로 없지요. 생물학적 탄생의 순간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사회적 탄생의 순간까지를 담은 동화를 써 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이런 어려움도 있을 수 있겠구나’ 공감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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