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세계인이 말하는 “내가 한류에 빠진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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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디지털 문화 시대의 한류/홍석경 지음/360쪽·2만9000원·한울

한류 현상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것이 ‘의도하지 않은 성공’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을 위해 제작된 가요와 드라마가, 그것도 중화 문화권이라는 거대 시장이 받쳐주는 홍콩이나 탄탄한 국내 시장이 지원하는 일본 대중문화를 제치고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뭘까.

먼저 ‘어떻게’의 문제. 서구의 한류 현상을 연구해온 저자는 ‘세계화’와 ‘디지털’에서 그 답을 찾았다. 이는 한국에서 드라마의 본 방송이 끝난 후 48시간 내에 인터넷에 영어 자막이 올라오고, 3∼4일 후엔 20개 언어를 넘는 자막이 달려 유통되는 현상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의 한류 팬들이 불법을 감수하고 재능 기부를 한 덕분이다.

다음은 ‘왜’에 답할 차례. 저자가 제시한 해석 중에는 △도도한 할리우드 스타와 달리 한류 스타는 스타와 ‘셀럽’(celebrity·명사)의 중간쯤 되는 친근한 존재들이고 △너무 완벽해서 식상한 미국 드라마에 비해 한국 드라마는 감정이입이 쉽도록 비어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학술서임에도 이 책이 술술 읽히는 이유는 서구 한류 팬들의 ‘간증’을 생생히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저자가 프랑스 보르도대학에서 13년간 교편을 잡으며 현지 팬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엔 멜로드라마가 사라진 지 오래여서 최루성 멜로에 대한 면역이 없다. 그래서 현지 팬들은 “한국 멜로를 보고 나면 며칠간 정상 활동이 불가능하다” “탈수의 위험이 있으니 물병을 준비하고 봐야 한다” 같은 경험담과 조언을 주고받는다고.

저자는 그동안 발표했던 논문에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 노작을 내놓았다. 올해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 시대의 한류#가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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