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史 정복” 아이돌 → 역사돌 변신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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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발언 논란 이후 열공 모드 “오빠따라 나도” 팬들도 공부 바람
“기획사, 정규 교육 받을 기회줘야” 역사 학자들, 근본적인 해결책 촉구

걸그룹 ‘시크릿’ 멤버들이 MBC 무한도전 ‘한국사 TV특강’ 편에 게스트로 출연해 한국사 강의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전효성 정하나 송지은 한선화. MBC TV 화면 캡처
걸그룹 ‘시크릿’ 멤버들이 MBC 무한도전 ‘한국사 TV특강’ 편에 게스트로 출연해 한국사 강의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전효성 정하나 송지은 한선화. MBC TV 화면 캡처
“유익한 한국사 앱이 있어요. 함께 이용해요.”(‘2PM’ 찬성)

“5월 18일, 오늘같이 의미 있는 날… 모자란 역사 공부 하고 있어요.”(‘카라’ 한승연)

“민주화운동을 검색해 보세요. 역사를 바로 아는 팬 여러분이 되길!”(‘비스트’ 양요섭)

아이돌은 요즘 ‘한국사 열공’ 중이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전후로 역사 공부에 대한 발언이 늘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2AM’ 임슬옹) “역사의 한 조각이 된 분들을 기억하겠다”(‘빅뱅’ 태양)며 팬들에게 한국사를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10대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별다른 한국사 지식이 드러나지 않은 아이돌 멤버의 짧은 한마디에도 “역시 우리 오빠 개념돌(개념 있는 아이돌)이다” “오빠 덕분에 공부했어요, 고맙습니다”라는 댓글이 이어진다. 짧은 언급만으로도 손쉽게 ‘개념돌’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 아이돌 입장에선 ‘남는 장사’다.

아이돌 멤버들 사이에서 갑자기 공부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이른바 ‘민주화’ 발언 논란이 일면서부터다. 4인조 걸그룹 ‘시크릿’의 전효성(24)은 14일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해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민주화를 ‘획일화시키다’ ‘억압하다’라는 뜻으로 잘못 사용한 것이다. 전효성은 “민주화의 뜻을 정확히 모르고 잘못 사용해 죄송하다”며 세 번이나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어떻게 민주화의 뜻을 모를 수 있느냐’며 사과 발언이 다시 논란이 되면서 여론은 더욱 싸늘해졌다.

11, 18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한국사 TV 특강’ 편은 아이돌의 한심한 한국사 실력을 드러내면서 이들의 한국사 열공 붐을 부추겼다. 골든벨 형식으로 진행된 이 프로에서 아이돌들은 △안중근 의사와 관련 있는 독립운동단체(신민회)를 묻는 질문에 ‘칠공주파’라고 답하고 △일본에 한국 문물을 전파한 조선 외교사절단(조선통신사)을 ‘조선무역팀’이라고 답해 망신을 당했다.

한국사에 대한 이해도가 아이돌을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가 되면서 무심코 입고 나온 의상 때문에 뭇매를 맞는 사례도 있다. ‘걸스데이’의 혜리는 최근 무대 리허설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다가 혼쭐이 났다. 빅뱅의 탑은 욱일기가 달린 점퍼를 입고 방송에 나왔다가 소속사 사장인 양현석이 공식 사과해야 했다. ‘티아라엔포’의 ‘전원일기’ 뮤직비디오에도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포스터가 등장해 누리꾼의 비난을 받았다.

역사학자들은 아이돌의 ‘한국사 공부 붐’에 대해 “보다 근원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웅 역사교육연구회 이사(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영어 수학 위주의 교육과정 때문에 일반 학생도 역사지식이 부족하다. 아이돌 가수들이 ‘공부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쉽겠지만 이들은 학교 수업일수도 제대로 못 채우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연예기획사에서 이들을 상업적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고, 정규교육을 받을 기회를 줘야 케이팝 한류를 이끄는 주역으로서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아이돌#역사돌#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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