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모국인 폴란드에서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치(28)는 가장 뜨거운 이름 중 하나다.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특별상 4개 부문을 석권하며 깜짝 등장한 뒤 도이체 그라모폰(DG)레이블로 쇼팽 전주곡집과 피아노 협주곡집, 빈 고전파 소나타집, 드뷔시와 시마노프스키의 작품집 등 내놓는 앨범마다 ‘허식과 과장 없는 원숙한 연주’라는 찬사를 받았다. 다음 달 13일 첫 내한 리사이틀 무대에 오르는 그를 1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바흐 파르티타 3번, 베토벤 소나타 7번, 쇼팽 녹턴 작품 32-2, 폴로네즈 작품 40의 두 곡, 마주르카 작품 63 세 곡, 스케르초 3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쇼팽의 경우 작품 40-1 ‘군대’ 폴로네즈를 제외하면 각 장르의 대표곡은 아닌 것 같은데….
“쇼팽은 내 심장에 가장 가까운 작곡가다. 그의 음악을 접할 때마다 다양한 캐릭터와 감정들을 발견하는 만큼, 손에 잡히는 다양한 곡을 골랐다. 바흐를 첫 곡으로 선택한 것도, 바흐의 음악이 쇼팽에게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리고 싶어서였다.”
―고국인 폴란드의 선배 피아니스트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과 비교되는 일이 많다. 연주가 내면 지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독립된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불편하게 느끼지는 않는가.
“존경하는 피아니스트인데 불편할 이유는 없다. 몇 년 전인가, 그가 스위스 바젤의 자택으로 나를 초대해 닷새 동안 함께 지내며 작업하고 많은 예술적 영감을 교환한 일도 있다.”
―대학에서 철학과 음악미학을 전공했다. 피아니스트로서 흔치 않은 이력이다.
“철학과 미학, 특히 현상학을 깊이 있게 연구한 것이 큰 도움을 주었다. 독일 철학자 에드문트 회퍼는 폴란드에서도 영향력이 큰데, 그의 학파에서 나온 음악 언어 연구가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20대 피아니스트로서 드물게 음반 활동이 활발해 팬들이 기대를 많이 갖고 있다.
“얼마 전 쇼팽 폴로네즈 일곱 곡을 녹음했다. 가을에 발매될 걸로 안다. 쇼팽의 마주르카 전곡을 녹음하는 것이 꿈인데, 곧 이뤄질 걸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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