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13]시조 ‘꽃씨, 날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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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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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덕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바람이 날라다 준 햇살 한 줌 끌어안고
손가락 굵기만큼 동글 납작 눕히는 무
어머니, 물기 밴 시간 꼬들꼬들 말라 간다

짓무를라, 떼어 내고 뒤집어서 옮겨 놓는
뒤틀린 세월들을 하나 둘씩 펼쳐본다
여름이 남기고 간 속살 광주리에 가득하다

맵고 짠 눈물 섞어 켜켜이 눌러 담은
어둠 속에 숨 고르는 울혈의 무말랭이
주름진 생을 삭힌다, 아린 손끝 붉어온다

돌아가는 모퉁이길 얼비치는 맑은 아침
마른 뼈 꽉 움켜 쥔 말간 핏줄 여울목에
어머니 가벼워진 몸, 꽃씨 되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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