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편집자, 보고 있나! 대표컷-제목 선정 둘러싼 웹툰 속 작가-편집자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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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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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만화 보는 또다른 재미

‘결혼해도 똑같네’ 5화 중 일부. 웹툰 각 화의 대표이미지인 ‘섬네일’ 이미지를 둘러싼 편집자와 작가의 미묘한 갈등을 그렸다. 네온비 작가 제공
‘결혼해도 똑같네’ 5화 중 일부. 웹툰 각 화의 대표이미지인 ‘섬네일’ 이미지를 둘러싼 편집자와 작가의 미묘한 갈등을 그렸다. 네온비 작가 제공
포털 다음의 웹툰을 담당하는 박정서 편집장은 웹툰 속에 심심찮게 ‘박PD’로 등장한다. 네온비 작가의 ‘결혼해도 똑같네’ 3화를 보면 제목을 짓기 위해 고심하는 박PD와 작가의 전화 통화 내용이 나온다. “‘만화가의 집’ 어때요?”(작가) “좀 더 클릭을 유도하면서 신선하고, 살짝 엘레강스하면서 귀여운 느낌의 제목 없을까.”(박PD)

웹툰에 양념처럼 등장하는 작가와 편집자의 미묘한 신경전이 웹툰 보는 맛을 더해주고 있다. 웹툰 작가들에겐 ‘PD’로 불리는 포털 측 편집자가 있다. 편집자는 마감을 독촉하고, 작가와 상의해 제목을 정한다. 때로는 게임에 빠진 작가를 찾아 게임 서버에 들어가거나 만화를 접겠다는 작가를 만류하는 등의 업무를 맡기도 한다.

작가가 보내온 컷 중 대표 이미지인 ‘섬네일’을 고르는 것도 편집자의 몫이다. ‘결혼해도 똑같네’ 5화에는 소심한 작가들이 모바일 메신저로 ‘섬네일 테러’에 대해 불평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편집자는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극적인 장면을 고르기 마련.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작가가 공들여 준비한 회심의 일격이나 스토리상 반전이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이를 ‘섬네일 테러’라고 부른다.

이동건 작가가 네이버에 연재하는 ‘달콤한 인생’ 102화 ‘우주를 느끼다’에도 외주작업 담당자와의 신경전이 그려진다. 이 에피소드에는 작가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개의치 않고 수정사항을 요구하는 담당자가 등장한다. 이 작가는 “문자메시지만 봐도 알아챌 수 있는데 ‘작가님…’ 이렇게 뒤에 점을 붙이면 십중팔구 수정 요청이고 ‘작가님!’ 하고 느낌표가 붙으면 확정이 된 것이다”라고 전했다.

편집자가 악당으로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연재를 거르자는 제안을 하고(추혜연 ‘창백한 말’), 작가들을 모아 제주도 여행을 주선하기도 한다(디디 ‘아귀’).

김준구 네이버 만화서비스팀장은 “편집자는 작가의 스타일이나 스토리에는 거의 손대지 않는다. 특히 결말에는 이견을 달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포털#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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