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레드, 블랙속에서 섹시한 빛을 내다

  • 동아일보

■ ck캘빈클라인 청담 플래그십스토어

ck캘빈클라인의 플래그십스토어 외관. 미니멀한 요소 속에 동양적 이미지를 녹였다.
ck캘빈클라인의 플래그십스토어 외관. 미니멀한 요소 속에 동양적 이미지를 녹였다.
6일 오픈한 ck캘빈클라인 청담 플래그십스토어는 빛과 곡선의 조화가 돋보이는 공간이었다. 밖에서 봤을 때 매장으로 쓰이는 1, 2층 전면은 단청이나 부채춤의 동선처럼 안쪽으로 살포시 각도가 꺾인 곡선형이었다. ck캘빈클라인의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를 반영해 흰색과 크림색으로만 꾸민 이 공간에서 왠지 동양적인 요소가 느껴지는 것도 곡선형 라인 때문인 듯했다. 케빈 커리건 디렉터는 “동양과 서양의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조화시킨 매장”이라고 소개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전체와 1층의 큰 벽면을 가득 메운 조명은 매장을 찾는 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한 우쭐함을 느끼게 해 줄 듯했다. 바둑판무늬처럼 짜인 벽면 공간 틈새마다 빛이 새어나와 반질반질한 크림색 바닥에 반사됐다. 빛은 화이트로만 꾸며져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는 공간을 풍성해 보이게 하는 주연이자 조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캘빈클라인답게 주로 블랙 톤으로 디자인된 이번 시즌 남녀 컬렉션 속에서 포인트 컬러는 레드였다. 빨간색 원피스와 핸드백, 구두 등은 생동감과 섹시함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듯했다. 옷걸이에 기대 팔을 뒤로 걸치고 앞으로 도약할 듯한 포즈를 취하거나 요염하게 몸을 옆으로 비튼 포즈의 마네킹들 역시 정적인 공간을 동적인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운동에너지 같은 기능을 했다. 워낙 리얼한 포즈들 덕에 마네킹들에 머리가 달려있지 않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둘러보기 전엔 깨닫지 못할 정도였다.

ck캘빈클라인을 1월부터 운영해 온 SK네트웍스 측은 유통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결과 여성라인이 전년 대비 100% 신장하는 등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선 후발주자로 패션 사업을 시작한 SK네트웍스는 타미힐피거, DKNY, 클럽모나코, 엘리타하리 등의 브랜드들이 각 카테고리에서 톱 브랜드로 연착륙하도록 돕는 노하우를 쌓아왔다. 또 2008년 인수한 ‘오브제’ ‘오즈세컨’ ‘하니 와이’ 등 국내 브랜드들을 미국 유럽 중국의 고급 유통 채널에 입점시키면서 패션의 한류 바람을 이끌고 있다. 오즈세컨은 10월부터 순차적으로 영국의 고급 백화점 ‘하비니콜스’, 일본의 ‘이세탄’ ‘바니스뉴욕저팬’ 등 한국 브랜드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았던 글로벌 유통채널에 속속 진출할 예정이다.

국내외 사업이 순항하면서 SK네트웍스는 상반기(1∼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7%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한 자릿수(2.5∼9.3%) 성장한 다른 국내 대기업들보다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셈이다. DKNY를 소유한 LVMH는 지난 6년간의 한국 시장의 성과를 꼼꼼히 체크한 뒤 올 초 SK네트웍스 측과 장기 계약을 맺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새롭게 맡게 된 ck캘빈클라인과 관련해 국내에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여는 큰 투자를 감행한 데는 과거 사업을 통해 다져진 이런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ck캘빈클라인에 대해서도 앞으로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유통망을 확대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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