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 조폭이어 연쇄살인마역 ‘히트’… 10년 무명설움 두방에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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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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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영화 ‘이웃 사람’서 존재감 있는 연기

30대 초반이지만 중년으로 보이는 ‘노안’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김성균은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30대 초반이지만 중년으로 보이는 ‘노안’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김성균은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배우 김성균(32)은 꽃다발 대신 ‘눈물 선물’을 받았다. 극단 동료들이 같은 직업의 연극배우 신부를 맞이한 그에게 축하 대신 눈물을 건넸다. “어떻게든 교사 신부를 얻지 그랬냐”는 동료의 말이 귓가에 흘렀다. 동료들은 연극배우 부부가 겪을 생활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불과 2년 전 2010년 결혼식 때의 얘기다.

김성균이라는 이름 석자는 아직 낯설지만 그의 연기는 뇌리에 선명히 남아있다. 올해 초 400만 명 이상을 모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하정우의 부하 박창우가 바로 그다. ‘2 대 8’ 가르마를 탄 그의 캐릭터는 1980년대라는 시대적 분위기와 함께 어두운 세계에 살던 ‘나쁜 놈’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대학을 중퇴하고 무명 연극배우로 10년을 지내던 그는 올해 벌써 히트작 2편에 나왔다. 두 번째 영화 ‘이웃 사람’(22일 개봉)도 7일 현재 관객 200만 이상을 모았다. 서울 종로구의 카페에서 그에게 전작의 헤어스타일에 얽힌 사연부터 물었다.

“사실 (김종빈) 감독의 아이디어였죠. 조폭은 대개 ‘깍두기’ 머리라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당시 유행한 장발로 역할에 포인트를 줬는데 좋아들 하시더군요. 하하”

‘이웃 사람’에서는 머리카락이 짧아졌지만 존재감은 더 커졌다. 연쇄살인범이다. 한 아파트단지의 무고한 여중생과 경비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해하는 역할. 살인범은 시체 옆에서 피자를 시켜먹고 태연히 잠을 잔다.

그는 “김휘 감독이 세상에 둘도 없는 비열한 캐릭터를 원했다”고 말했다. 눈빛만 봐도 소름이 돋는 살인범은 한 아파트에 사는 힘센 사채업자에게는 꼬리를 내린다.

아직 필모그래피가 단 두 줄뿐인 그이지만 영화계의 러브콜이 뜨겁다. 박신양 엄지원과 함께 한 ‘박수건달’, 김윤석 오연수와 연기한 ‘남쪽으로 튀어’가 올해 안에 개봉한다. “선배들이 항상 이야기하세요. 인기는 겨울 눈같이 금방 녹는다고…. 겸손하려고 합니다.”

그는 “이제 배우 인생의 정상을 향해 가는 등산로 초입에 왔을 뿐”이라고 했다. “지금까진 길이 막혀서 제대로 오르지도 못했죠. 이제 길이 뚫렸으니 인기보다는 뚜벅뚜벅 소신을 향해 가렵니다.”

살짝 비웃는 듯한 그의 입가에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간 배우 히스 레저가 떠올랐다. “감독님도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로 나왔던 히스 레저와 잭 니컬슨 느낌이 난다고 하는군요. 과찬이죠.”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김성균#이웃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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