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마케팅 신풍속 “제목-표지-필자 발굴, 페이스북에 물어봐”

  • 동아일보

페친들과 소통하며 ‘고견’ 구해
신간 홍보-저자 인지도 제고 효과… 책선물 이벤트도 활발히 전개

소금으로 보는 한국문화사 책 제목을 공모한 ‘푸른역사’ 페이스북의 게시글. 푸른역사 페이스북
소금으로 보는 한국문화사 책 제목을 공모한 ‘푸른역사’ 페이스북의 게시글. 푸른역사 페이스북
“앞으로 10년 뒤 출판계를 주름잡을 인물들은 모두 지금 페이스북 하는 사장들일 겁니다.”

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51)는 페이스북 마케팅의 매력에 빠져 있는 출판인 중 한 명이다. 얼마 전 출간한 ‘개념 연예인’의 표지도 김 대표의 페이스북이 만든 작품이다. 페이스북을 이용한 지 갓 6개월을 넘겼지만 그는 페이스북 친구(페친)가 1400여 명이나 된다.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 나올 책 제목 공모는 물론이고 탄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미래의 필자를 발굴하는 데도 여념이 없다.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게 된 필자 5, 6명과 아이템 구상뿐 아니라 원고 마감도 함께한다. 다양한 직업의 필자들이 여성 심리 치유, 글쓰기, 10대의 목소리 등을 담은 책을 하나씩 펴낼 예정이다.

김 대표는 “트위터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대고 외치는 ‘시장’이라면 페이스북은 아는 이들끼리 소통하는 ‘사랑방’”이라며 “페이스북은 포털 검색처럼 시간과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때문에 꼭 출판이 아니어도 지식기반산업이나 문화산업의 창조자들에게는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출판계에서 페이스북 파워유저로 손꼽히는 박혜숙 푸른역사 대표(51)는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페친 여러분들의 고견을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소금이라는 주제로 한국문화사를 들여다보는 책이 마무리 단계인데 제목을 정하기가 어려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것. 게시글을 올린 지 하루 만에 대표가 제안한 3개의 제목을 두고 130여 명이 답글을 달았다. 박 대표는 “1번 ‘소금, 짜게 본 한국사’가 제일 대중적인 반응이었는데 결정은 3번 ‘작지만 큰 한국사, 2000년 소금이야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득표수보다 누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유심히 지켜봤다고 했다. 반응이 좋은 것과 실제 구매할 독자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주제 자체가 대중적인 편이 아니라서 전문가들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구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페친이 된 분들 중에는 우리 출판사가 낼 책과 연관된 주제를 연구하는 분도 많아요. 오프라인에서는 역사 연구를 하는 분들만 만났지만 요즘은 제가 출판 일만 했다면 몰랐을, 인접 분야를 연구하는 분들도 폭넓게 만나게 됐죠.”

책 선물 이벤트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출판사도 있다. 돌베개와 마음산책이 대표적이다. 돌베개는 매주 금요일 정기 이벤트 ‘책또’에서 당첨되는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책 선물을 받는 기쁨을 선사한다. 여러 출판사가 연계돼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고 국제도서전이나 책 장터 등 다양한 도서 관련 행사 소식도 전한다.

이처럼 페이스북이 새로운 마케팅 채널로 떠오른 가운데 앞으로는 페이스북을 일방적인 홍보 또는 공지가 아니라 대화를 주고받는 소통의 공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달 초 출간된 ‘페이스북의 비밀’의 저자인 컨설턴트 진범신 씨(38)는 “‘너무 좋은 책이 나왔으니까 이걸 사세요’라는 식이라면 반감을 살 수 있다. ‘이 책의 알짜배기 메시지는 이겁니다’ 하고 독자들에게 전하는 게 오히려 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 씨는 “책이 팔리기 전에 개인 브랜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페이스북에 책 매출의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보다 저자의 인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출판 마케팅#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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