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이 불에 타 무너질 때 가슴 아파해도 숭례문 짓는 무형문화재 사라지는 건 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국립무형유산원 건립 현장서 만난
무형문화재 송용태 - 양진성 씨

21일 전북 전주 국립무형유산원 건립 현장에서 중요무형문화재 강령탈춤 보유자인 탤런트 송용태 씨(오른쪽)와 임실필 봉농악 보유자 양진성 씨가 무형문화재 전승의 어려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전주=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21일 전북 전주 국립무형유산원 건립 현장에서 중요무형문화재 강령탈춤 보유자인 탤런트 송용태 씨(오른쪽)와 임실필 봉농악 보유자 양진성 씨가 무형문화재 전승의 어려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전주=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우리나라 국보 1호는 뭔지 아시죠. 중요무형문화재 1호는 아세요?”

2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국립무형유산원 건립 현장에서 만난 뮤지컬 배우이자 탤런트 송용태 씨(60)는 기자에게 이렇게 먼저 질문을 던졌다. 송 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 보유자다. 탤런트이면서 ‘인간문화재’인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국립무형유산원은 무형문화재를 보존, 전승, 활용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전담할 기관으로 올해 말 건립된다. 지원 업무뿐 아니라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의 공연과 전승교육,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의 작품 전시 기능을 모두 갖춘 기관으로 탄생한다. 유네스코가 무형유산보호협약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한국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주요무형문화재 복합기관도 처음으로 만드는 것이다. 문화재위원회가 생긴 지 50년이 되는 올해는 문화재청이 ‘무형문화유산법’(가칭) 제정을 통해 김치나 아리랑처럼 전승 주체를 확정할 수 없는 문화도 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정책의 뼈대를 바꾸는 해이기도 하다.

이런 때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은 무형문화재 관련 정책과 국민들의 관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TV 드라마 ‘광개토태왕’에서 광개토대왕의 아버지 역을 맡은 송 씨와 전북 임실군 임실필봉농악보존회 회장이자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 양진성 씨(46)가 국립무형유산원 건립 현장에서 대담을 가졌다.

두 사람은 무형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1970년대 고교 시절 우연히 접한 강령탈춤의 매력에 빠진 송 씨는 2002년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됐다. 그는 “중국이 아리랑을 자국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하는 등 문제가 생길 때만 무형문화재에 관심이 높아진다”며 “무형문화재를 배우겠다는 젊은이도 많지 않고, 평소에 국악이나 탈춤 공연장을 찾는 사람은 계속 줄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여덟 살 때 농악에 입문한 양 씨는 “숭례문이 불에 탔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안타까워했나. 그런데 그 숭례문을 짓는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사라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무형문화재 지원 정책에 대해 양 씨는 “일부 인기 종들은 사람과 돈이 몰리지만 다른 대부분의 종목에서는 보유자들의 사명감 하나로 근근이 전승되고 있다”며 “종목별 경제 사정을 고려해 국가 지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무형유산원에는 유네스코 II급 국제기구인 ‘아태 무형유산 센터’도 입주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간 무형유산에 대한 정보 교류와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한국은 이 기구를 통해 무형유산의 보호와 전승에 필요한 지식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러 국가에 전수할 계획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근래 중국이 조선족의 무형문화를 자국의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에도 대응해야 한다. 중국은 2009년 조선족 농악을 세계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고 2011년 아리랑을 중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은 국립무형유산원에 거는 기대가 컸다. 양 씨는 “무형유산원이 다행히 한옥마을 옆에 있어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한국의 무형문화유산을 알리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며 “박물관이 아니라 놀이터처럼 운영해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대중과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장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송 씨는 “둘러보니 공연장이 탈춤을 추기에도 안성맞춤으로 지어졌다”며 “국립무형유산원이 건립되는 장소는 대한민국의 전주이지만 세계인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을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무형문화제#국립무형유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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