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5회 국수전…막을 수 없는 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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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9단 ● 이창호 9단
본선 8강전 7보(145∼174)

이창호 9단은 백 ○에 대해 흑 147로 물러선다. 초반 우하귀에서 단순하게 처리했으면 뒷맛 때문에 이렇게 물러서지는 않을 텐데…. 뒤늦게 후회가 밀려온다. 먼 과거가 현재의 발목을 잡는 일이 비단 바둑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참고 1도처럼 흑 1로 끊고 싶지만, 백 6까지 되면 흑이 오히려 몰리는 모습이다.

백 150, 152로 중앙이 뚫려서는 흑의 집 부족. 박정환 9단은 흑이 153으로 붙여오자 백 154부터 166까지 쉽게 마무리한다. 변화의 여지를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9단은 월등히 앞서는 끝내기 실력과 형세 판단 능력으로 20여 년을 정상에서 군림해 왔다. 그의 뛰어난 끝내기 실력 때문에 ‘신산(神算)’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끝내기에서 유리하다고 말하기가 어렵게 됐다. 그의 끝내기 실력을 모방하고 배우면서 후배들의 실력도 눈부시게 강해졌기 때문이다.

흑 171에 백 172로 물러선 것은 정수. 참고 2도처럼 백 1로 막았다가는 흑 2로 두는 수가 묘수. 흑 6까지 크게 수가 난다.

흑 173과 백 174는 맞보기의 자리. 백이 반면으로도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이 9단은 20여 수 더 두어보다가 돌을 던졌다. 이후 수순은 총보.

해설=김승준 9단·글=윤양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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