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사랑하지만 헤어진 부부, 마음 감춘 연기 관객 마음 열다

  • Array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 연극 ‘연애시대’
연출 ★★★★ 연기 ★★★☆ 대본 ★★★☆ 무대 ★★★☆

담백하면서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연극 ‘연애시대’. 남자 주인공 리이치로 역의 김영필 씨(왼쪽)와 여자 주인공 하루 역의 탤런트 박시은 씨. 쇼플레이 제공
담백하면서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연극 ‘연애시대’. 남자 주인공 리이치로 역의 김영필 씨(왼쪽)와 여자 주인공 하루 역의 탤런트 박시은 씨. 쇼플레이 제공
영화 ‘러브레터’로 대표되는 일본의 러브스토리는 주인공들이 솔직한 감정을 감추는 것으로 극적 긴장감을 이어가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보는 관객에게는 노골적이었고 대담한 연애보다 풋풋했던 시절 짝사랑의 경험을 떠올리게 만들고, 이 때문에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이며 2006년 SBS에서 16부작으로 방영돼 인기를 모았던 TV 드라마를 무대로 옮긴 연극 ‘연애시대’도 이런 ‘감춤’의 미학을 보여준다. 일상적이고 잔잔하며 디테일한 심리 묘사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과장된 표현이나 ‘과연 현실에서도 그럴까’ 싶은 판타지적 요소가 넘치는 다른 연애 드라마들과 차별화된다.

부부였던 리이치로(김영필)와 하루(박시은)는 첫 아이 신노스케가 태어나다 죽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이혼하지만 이후에도 연애 아닌 연애를 지속한다. 마음 깊이 상대를 사랑해 갈라서지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재결합하지도 못한다. 두 사람은 상대에 대한 애정을 감추고 겉으론 ‘쿨’한 척 상대의 새 출발을 격려하지만 그럴수록 서로가 얼마나 단단히 엮여 있는지를 확인할 뿐이다.

연극은 2시간 남짓 병원, 카페, 술집, 서점, 결혼식장, 기차 안 등 배경을 달리하며 속도감 있게 달려가면서도 차곡차곡 극적 긴장을 쌓아올려 관객의 깊은 감정선을 건드리는 데 성공한다.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한 탤런트 박시은은 목소리는 작았지만 극장 맨 뒷좌석까지 또렷하게 대사가 들렸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잘 드러난 반면 아담한 체구와 부드러운 인상 때문에 건강하고 씩씩한 스포츠센터 수영강사의 이미지와 완전히 일치하진 않았다. 하루가 리이치로가 과거의 첫사랑 다미코와 재혼하는 결혼식에서 축사자로 나서는 장면은 이 연극의 ‘감춤의 미학’이 절정에 이르는 장면인데 복합적인 감정을 잘 살려내진 못했다.

극단 골목길의 중견 배우인 김영필 씨는 절제되고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성격과 이미지가 정반대인 가스미와 다미코의 1인 2역을 잘 소화한 김나미 씨의 연기에 가장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리이치로 역에 김다현, 하루 역에 주인영 씨가 번갈아 출연하기 때문에 남녀 주연의 조합에 따라 다른 느낌이 기대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 11월 20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4만 원. 02-556-5910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