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발레왕자 꿈의 무대 서다

  • Array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김기민군 한국인 발레리노 첫 러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21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한국인 발레리노로 는 최초로 입단이 결정된 김기민 군. 동아일보DB
21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한국인 발레리노로 는 최초로 입단이 결정된 김기민 군. 동아일보DB
“동양인인 나에게 가능성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해 기대하지 않았는데,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늘 꿈꿔 왔던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하게 돼 정말 행복합니다.”

열여덟 발레 왕자가 세계로 날았다.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손꼽히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21일 입단이 결정된 김기민 군(19). 김 군은 지난주 러시아 현지에서 오디션을 보고 이날 입단 결과를 통보 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발레리노 이원국 씨의 제자로 본격적으로 발레를 시작한 김 군은 중학교 3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과정에 입학해 조기졸업을 앞두고 있다. 김 군은 2009년 러시아 모스크바콩쿠르 주니어 부문에서 금상 없는 은상을 수상하고 2010년 불가리아 바르나콩쿠르 주니어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촉망받는 발레리노다.

2009년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에서 최연소 주연을 맡는 등 프로 데뷔 전부터 활약해왔다. ‘애늙은이’로 불리는 진지한 성격에 발레에 적합한 체형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체형 변형 프로그램을 개발해 연습할 정도로 연습벌레라는 평을 듣는다.

마린스키발레단은 외국인 무용수를 입단시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유일한 외국인이자 한국인 발레리나였던 유지연 씨가 은퇴한 뒤로 외국인 단원이 없었다. 유 씨는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학교 출신이지만 김 군은 해외에서 유학한 적이 없는 ‘토종 발레리노’다. 한국인 발레리노가 해외의 유수 발레단에 진출한 사례도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동한 김용걸 씨 등이 손에 꼽힐 뿐이다.

김 군의 어머니 서난현 씨는 “작년 마린스키발레단 내한 당시 ‘백조의 호수’ 등 공연 영상을 보여줬더니 발레단으로부터 오디션 제의가 왔다. 현지에서도 동양인이라는 점 때문에 다소 망설였다고 전해 들었다”며 “평소 기민이가 마린스키발레단은 꼭 거치고 싶은 무용단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는데 그 꿈을 이루게 됐다”고 전했다. 김 군을 지도해온 김선희 한예종 교수는 “전통과 역사를 지닌 마린스키발레단은 무용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라며 “한국에서 교육받은 한국인 발레리노가 세계로 진출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