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한류 열풍 3년째 연구 홍석경 보르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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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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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SM 파리 공연… 佛달구는 K팝 열풍
“완벽한 ‘미드’에 식상, 감성 자극 ‘한드’에 빠져”

《프랑스의 한류 열기가 심상치 않다. SM 소속 가수들의 6월 10, 11일 파리 공연을 앞두고 현지 케이팝(한국 대중가요·K-pop) 팬들이 술렁이고 있다. 한국 드라마(한드)를 좋아하는 팬들은‘최고의 사랑’ ‘미남이시네요’ ‘커피프린스 1호점’ 등의 드라마에 자막을 붙여 돌려 본다. 프랑스의 케이팝 팬클럽 ‘코리안커넥션’의 회장 막심 파케 씨와 서유럽의 한류를 연구하는 홍석경 보르도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누가 어떻게 왜 케이팝과 한드를 즐기는 걸까.》

“SM 소속 가수들의 파리 콘서트 티켓이 금세 동났다는 소식에 놀랐다고요? 이곳 사람들이 한국 가요와 드라마를 즐긴 지 한참 됐는데요.”

홍석경 교수(사진)는 프랑스의 한류 열기를 신기해하는 한국 사람들의 반응이 오히려 신기하다고 했다. 홍 교수가 서유럽의 한류 열풍을 감지하고 연구한 지도 3년이 됐다.

“제가 있는 보르도대에 한류 동아리가 있어요. 학생들이 한국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따라서 춤추고 한국 드라마(한드)를 즐기는 것을 보고 연구를 시작하게 됐죠.”

홍 교수는 △어떤 사람들이 한류 콘텐츠를 즐기는지 △프랑스 TV에서 방송하지 않는 한드를 어떻게 알고 보는지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다른 나라의 드라마를 왜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이는 문화연구에 관심이 많은 홍 교수의 연구 과제가 됐고 답을 얻기 위해 현지 한류 팬들이 이용하는 프랑스어와 영어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해 회원들과 교류했다. 또 보르도에 거주하는 한류 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고 심층인터뷰도 했다.

“프랑스 한류의 뿌리는 일본의 ‘만가(만화)’입니다. 프랑스는 만가의 세계 2위 시장이에요. 1990년대 청소년으로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기며 동양문화에 익숙해진 세대가 2000년대 이후 남자들은 게임과 공상과학 중심의 미드로, 여성은 일본 한국 대만의 로맨틱 드라마에 빠져들게 된 거죠.”

소녀시대 윤아
소녀시대 윤아
이 때문에 한드 팬들은 ‘풀하우스’ ‘궁’ ‘꽃보다 남자’ 등 만가 혹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거나 만화적인 감수성을 띤 드라마를 통해 한드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한드 팬의 주류는 20∼40세의 여대생과 직장여성들이다. 한드만 보는 팬층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드 팬들이 수적으로 많고 이들 가운데 한드와 대만 드라마를 함께 소비하는 그룹이 존재한다.

프랑스에는 한드나 케이팝을 방송하는 채널이 없기 때문에 한류 콘텐츠 유통의 경우 인터넷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전 세계 한류 팬들은 팬 자막달기팀(팬섭·Fansub)을 조직해 언어 장벽을 넘는다.

“팬 사이에서는 ‘환태평양 효과’라고 불리는데 다언어 환경에 노출된 태평양 연안지대 주민들이 아시아 드라마에 자막을 달며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드는 한국에서 방송된 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 15∼17개 언어로 집단 번역돼요. ‘꽃보다 남자’의 경우 한국에서 방송된 지 3일 후 20개 언어가 넘는 자막이 달렸죠.”

한류 팬들이 한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 완벽해’ 식상한 미드와 달리 한드는 감정이입이 쉽도록 ‘비어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미드가 복잡한 플롯으로 두뇌 플레이에 의존하는 반면 한드는 감성적으로 접근하죠.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신데렐라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원초적 열망을 자극해 울고 웃으며 빠져들게 한다고 봅니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은 주인공들이 왜 선을 봐서 결혼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잘생긴 남자가 여자 앞에서는 왜 청소년처럼 수줍어하는지 △초현대식 아파트촌과 욕실도 없는 다세대공동주택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등 ‘한국 특유의 모더니티’를 신기해한다고 홍 교수는 전했다.

“유럽엔 청소년용 대중문화 콘텐츠가 부족해요. 미국의 ‘해리포터’나 ‘뉴문’이 인기 있는 이유죠. 한국 아이돌이 나오는 한드도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가 높습니다. 프랑스의 한류는 금방 지나갈 유행이 아닙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한류에 빠져드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프랑스 케이팝 팬클럽 ‘코리안커넥션’ 회원들이 지난해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한국 종교시설에서 여름 캠프를 마치고 찍은 사진(위)과 8일 파리 샹페레 전시장에서 열린 한국문화축제 행사장에서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기념품을 고르고 있는 한류 팬들. 막심 파케 씨 제공·동아일보DB
한류에 빠져드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프랑스 케이팝 팬클럽 ‘코리안커넥션’ 회원들이 지난해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한국 종교시설에서 여름 캠프를 마치고 찍은 사진(위)과 8일 파리 샹페레 전시장에서 열린 한국문화축제 행사장에서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기념품을 고르고 있는 한류 팬들. 막심 파케 씨 제공·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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