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유니버설발레단 타이베이 초청 공연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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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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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함에 눈물, 익살에 폭소…
대만 사로잡은 발레 ‘심청’

5일 대만 타이베이
국가희극원 무대에
오른 유니버설발레
단의 ‘심청’ 공연에
서 수석무용수 황혜
민, 정위 씨가 2막
심청과 용왕의 2인
무를 선보이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5일 대만 타이베이 국가희극원 무대에 오른 유니버설발레 단의 ‘심청’ 공연에 서 수석무용수 황혜 민, 정위 씨가 2막 심청과 용왕의 2인 무를 선보이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오늘 공연은 ‘동양인도 아름다운 발레를 출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 준다.”

왕쩌신 대만 세계발레스타갈라 예술감독은 공연이 끝난 뒤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이렇게 말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커튼콜은 10여 분간 세 차례 이어졌다. 막이 더 움직이지 않는데도 관객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박수를 보냈다.

5일 대만 타이베이 국가희극원 무대에 오른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발레 ‘심청’이 대만 발레 팬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발레단은 같은 공연장에서 9, 10일 열리는 ‘2011 대만 세계발레스타갈라’의 오프닝 공연에 초청돼 5, 6일 ‘심청’을 공연했다.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미국 샌프란시스코 워메모리얼 오페라하우스, 캐나다 밴쿠버 퍼포밍아트센터, 오만 로열오페라하우스, 러시아 모스크바 스타니슬랍스키 극장 등에서 2013년까지 계속되는 월드투어의 첫걸음이다.

공연 초반에는 객석 규모에 비해 무대가 작은 데다 극장 측이 마련한 댄스플로어가 미끄러워 자칫 큰 실수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러나 역동적인 남성 군무가 돋보이는 선원들의 춤과 아버지 심봉사를 그리는 심청의 애절한 춤, 그리고 마침내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4층까지 객석을 채운 관객들의 박수 소리는 점점 커졌다. 1막이 끝난 뒤 휴식시간에는 발레단 기념품과 공연 프로그램을 사려는 관객들로 극장 로비에 긴 줄이 생겨났다.

관객 쿼유쳉 씨(41)는 “한국의 전통무용과 발레를 결합한 동작이 창의적이었다. 발레를 좋아해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공연을 보는데 그중 손꼽을 만한 공연”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발레단이 폭풍우 장면, 인당수에 빠진 심청의 모습 등 영상을 도입한 2010년 판을 처음 해외에서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왕샹화이 씨(46·여)는 “영상을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리도록 활용한 점이 인상 깊다. 아버지에 대한 심청의 효심이 느껴져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2막 바닷속 경쾌하고 발랄한 물고기들의 춤, ‘심청’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3막 왕과 심청의 달빛파드되(2인무)가 이어졌다. 심청이 마침내 심봉사와 재회해 심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에서는 일부 관객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나 함께 눈을 뜨게 된 맹인들이 기뻐하며 익살스러운 춤을 추자 곧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타이베이는 이 발레단이 설립된 다음 해인 1985년 첫 해외투어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다이앤 베이커 타이베이타임스 부편집장은 “‘심청’은 안무, 음악 등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뛰어나다. 특히 심청을 맡은 황혜민 씨는 깃털처럼 가벼워 보였다”며 “25년 전에는 갈라 형식의 공연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동안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첫 해외투어 때는 한국 발레를 알리기 위해 공연장 대관료 등 현지비용을 발레단이 지불하면서 공연했지만 이번에는 주최 측에서 현지비용을 모두 제공하는 초청 형태다. 그동안 달라진 한국발레의 위상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베이=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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