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동 책방골목에는 미술품과 골동품, 고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동방미술회관’이 있다. 이곳의 양호석 대표(79)는 보수동 책방골목의 기틀을 닦은 1세대. 1950년대 중반 미군부대를 돌아다니며 모은 잡지를 보수동에서 팔기 시작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당시 6·25전쟁을 피해 부산에 와서 보수동 언덕에 자리 잡은 피란민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양 대표는 헌책방을 운영해 3남 2녀를 키웠다. 그 가운데 막내인 양수성 씨(38)가 가업을 이어받았다. 중문학을 전공하고 중국 유학까지 한 양 씨는 1990년대 말 헌책방으로 승부를 걸기로 결심했다. ‘고서점’이라는 문패를 내건 양 씨는 책방골목의 크고 작은 일을 챙기면서 거리 활성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들에게 헌책방 경영을 권유했다는 양 대표는 “책은 꾸준하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불경기’라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양 씨는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전문 헌책방으로 키우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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