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딸기 하면 ‘원스베리’ 할 때까지··· 전남 담양 딸기클러스터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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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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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공학+정보기술 결합한 스마트 농업 현장 가보니

①전남딸기클러스터 서범석 단장이 수출용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인 온실에서
딸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②전남딸기클러스터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청정 딸기 모종을 ‘조직배양’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조직배양한 모종을 들여다보고 있는 서범석 단장. ③농가에서 재배한 딸기를 모아 물류센터에서 선별, 포장하는 모습. 담양=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9일 전남 담양군 수북면. 폐교 터에 설치된 연구용 온실에 들어서니 ‘매향’ ‘수경’ ‘금향’ ‘신설매’ 등 국내 품종을 비롯해 ‘샤로테’ ‘산안드레아스’ 등 유럽 품종들까지 모양도 맛도 가지각색인 딸기가 자라고 있었다.

전남 지역의 딸기 농가들이 연합해 설립한 전남딸기클러스터사업단의 운영 주체인 ‘한국온실작물연구소’의 딸기 연구 현장이다. 전남딸기클러스터는 수출용 품종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품종의 딸기를 재배하며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수출용 딸기는 유통기한이 내수보다 긴 만큼 쉽게 상하지 않도록 단단하면서도 맛이 유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 딸기 선진국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러시아까지 수출하는 품종들을 들여와 국내 품종에 접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 지경부 ‘R&D u-IT’ 사업체로 선정

건너편의 다른 온실은 ‘U(유비쿼터스) IT(정보기술) 연구온실’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지식경제부의 ‘R&D u-IT’ 사업체로 선정된 이곳에서는 ’스마트 생장환경 관리시스템‘을 연구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딸기의 생육 및 병해충을 미리 예측해 생장환경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매일의 기후변화와 딸기의 생장을 모니터링하고 상관관계를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기상예보에 따라 이를 적용해 양육에서 부족한 부분을 바로 파악해 보충할 수 있게 된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해마다 심해지는 이상기후 피해를 상당부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이 시스템에는 ‘원격제어’ 기능이 있어 러시아나 중국 농장의 생육조건을 국내 PC로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사업단은 이미 러시아 회사와 현지 시설단지를 만들어 원격재배를 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옆 건물 실험실에서는 ‘조직배양’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은 병충해 침입을 막기 위해 에어샤워를 해야 한다. 딸기는 씨앗을 통한 종자번식이 아니라 줄기를 통한 영양번식을 주로 하기 때문에 모주(mother plant)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자자손손 번지게 된다. 하지만 감염을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농가들은 한참 키워놓은 뒤 병충해 때문에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실험실은 최적의 온도 수분 빛 등을 갖춘 무균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딸기 모종을 조직배양해 이 모종을 각 농가에 전파하는 것이 임무. 이 청정 조직배양묘는 출하부터 전자태그(RFID)가 붙어 생산 유통 이력관리에 들어간다. 딸기 최종 소비자들도 박스의 전자태그를 통해 이 딸기가 어떤 묘목에서 출발했는지와 모든 생산 및 유통 경로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한국온실작물연구소는 친환경인증, 우수농산물인증(GAP) 농산물 전문 인증기관으로 지정돼 딸기 농산물의 친환경 GAP 상품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 공동브랜드로 유통 혁신도

국내 첫 전남딸기클러스터사업단은 농림수산식품부와 전남도가 지원하는 광역클러스터사업단으로 2009년 4월 선정됐고 그 해 12월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한 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딸기 생산과 유통을 하고 있다. 318농가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생산자 조직은 600농가에 이른다. 전남딸기클러스터는 딸기 생산이 본궤도에 오르는 올해 130억 원 정도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딸기 품질을 언제나 1등으로 유지한다는 뜻으로 ‘원스베리(One's Berry)’라는 공동 브랜드도 만들었다. 전문 디자인회사를 통해 산뜻한 딸기 모양의 브랜드이미지(BI)도 개발했다. 신선도 유지기간이 짧아 쉽게 상하는 딸기의 특성에 맞춰 국내 최초로 2단 팩을 도입하기도 했다. 수도권의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과 직거래 약정을 체결해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그날 배송된 신선한 딸기를 바로 맛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서범석 전남딸기클러스터사업단 단장은 “기존에는 각 농가의 딸기 품질이 제각각이었지만 공동 브랜드를 만든 뒤 농가에 대한 컨설팅과 교육, 체계적인 매뉴얼 보급 및 품질관리로 품질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혁신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딸기는 수확을 한 뒤 별도의 장소로 옮겨 일일이 수작업으로 포장을 해야 했다. 보기는 좋지만 포장까지 3∼4단계를 거치느라 손이 많이 가 쉽게 오염됐다. 전남딸기는 수확하는 현장에서 바로 포장하는 ‘원터치 포장’ 딸기를 롯데마트와 제휴해 3월 초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손이 덜 가는 만큼 인건비와 작업시간을 절약하고 소비자는 더 싱싱한 딸기를 접할 수 있으며 값도 싸진다.

전남딸기는 정식품 계열사인 자연과사람들㈜, 풀무원 푸드머스㈜ 등과 손잡고 프리미엄 주스, 딸기두부, 딸기원물이 담긴 쨈, 딸기고추장, 딸기한과 등 딸기를 활용한 새로운 가공식품 전파에도 나설 예정이다.

서 단장은 “뉴질랜드는 ‘제스프리’라는 브랜드로 자국의 키위를 세계에 알렸다”며 “세계인이 ‘딸기 하면 원스베리’를 떠올릴 수 있도록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담양=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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