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옷 입은 시집, 독자 눈길 잡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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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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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실천문학 등 새 판형 인기

‘시집’ 하면 연상되는, 손에 쏙 들어오는 시집의 모습에 변화가 오고 있다.

문학동네가 지난달 23일 선보인 ‘특별판’ 시집(사진)은 새로운 시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며 본다’는 통념을 깨고 달력처럼 위로 넘기며 읽도록 돼 있다. 크기도 커졌다. 보통 시집은 출판사를 막론하고 가로 13cm, 세로 21cm 내외였지만 특별판은 가로 25.6, 세로 17.8cm다. 크기는 약 1.5배 커졌지만 달력처럼 위로 넘기며 읽어야 하기에 한층 더 크게 느껴진다.

독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최승호 시인의 ‘아메바’, 허수경 시인의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송재학 시인의 ‘내간체를 얻다’ 등 이번에 출간된 세 시집의 특별판 초판 1000부씩이 출간 10여 일 만에 모두 판매돼 2쇄에 들어갔다. 문학동네는 특별판과 함께 기존 판형의 ‘보급판’도 선보였지만 특별판이 더 잘나가고 있다. 특별판은 보급판보다 2000원 비싼 1만 원이다.

문예중앙도 지난달부터 시인의 이름 아래 시집 제목이 표기된 새 디자인의 시선(詩選)을 내기 시작했다. 실천문학사는 안상수 홍익대 미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2009년 2월 180호부터 가로 14.8cm, 세로 21cm로 정사각형에 가까운 판형에 한지 느낌이 나는 표지의 새 시집을 선보였다. 각 시집은 초록, 노랑 등 표지 색을 달리해 여러 권이 꽂혀 있을 때의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노렸다.

문학동네 조연주 부장은 “지난달 출간 초기에는 보급판 판매가 더 좋았지만 점차 특별판 판매가 늘어 현재는 특별판과 보급판이 6 대 4 비율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천문학사 정택수 부장도 “시집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단기간 매출이 늘거나 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디자인을 바꾸고 난 뒤 확실한 충성 독자군이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출판사들의 새로운 시도는 시집 시장에서 후발 주자지만 디자인을 바꿔서 시장의 틀을 깨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현재 시집 시장은 민음사,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 등 ‘3강’이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다. 이 3강은 다른 출판사들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당장 판형을 변화할 계획은 없다.

호의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학동네 시집은 크기가 커진 탓에 휴대성이 떨어졌고 위로 넘기며 읽는 방식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자가 9.5폰트로 다른 시집(10폰트)보다 작기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민음사 강미영 한국문화팀 부장은 “시인과 소설가들을 상대로 문학동네 특별판에 대한 반응을 알아봤는데 ‘호기심은 가지만 읽기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얀 바탕의 표지에 양장본으로 만든 민음사 시집에 대한 호응도가 여전히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문학과지성사 이근혜 국내문학팀 과장은 “1977년 시선이 시작된 이후 시인 캐리커처가 들어간 문지의 시선은 하나의 전통이 됐다. ‘시집은 한손에 쥐고 본다’는 독자들의 습관은 쉽게 변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판형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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