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만두는 왜 먹을까. 그것은 ‘복(福)을 듬뿍 싸서 먹는다’는 뜻이다. 가족의 건강과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이다. 예로부터 중부 이북지방에서 주로 먹었다. 국도 떡국보다 만둣국을 더 즐겨 먹었다. 쌀이 귀했기 때문이다. 밀가루로 얇은 피를 만들어 거기에 온갖 음식재료를 둘둘 말아 쪄 먹었던 것이다.》 만두피는 보자기와 같다. 보자기엔 뭐든 담을 수 있다. 부귀영화 건강 등을 밖으로 물 샐 틈 없이 동여맬 수 있다. 상추쌈 안에 불고기 마늘 된장 등 뭐든 싸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두소엔 온갖 게 다 들어간다. 처음엔 채소가 주로 들어갔지만, 점점 육류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꿩 닭 돼지고기부터 전복 도미 등 생선까지 확대됐다.
궁 담백한 개성식, 돼지고기보다 배추, 숙주,부추 등 채소가 더 많이 들어간 만두. 눈사람 모양의 조랭이떡이 든 떡만둣국도 인기. 쇠고기 양지와 10가지 채소를 8시간 이상 우린 육수에 삶아낸다. 만두는 우선 만두피가 중요하다. 터지지 않아야 한다. 입안에서 터져야 비로소 만두 맛이 난다. 꼬소롬한 맛이 우르르 입안에서 폭죽처럼 퍼진다. 만두 옆구리가 터져 풀어진 만둣국은 얼마나 타분한 맛인가. 복이 달아나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만두는 평양식 만두가 알이 가장 크다. 글자 그대로 왕만두이다. 개성식 만두는 평양보다 알이 작지만 서울식보다는 크다. 서울식 만두 알이 가장 작다. 요즘 서울의 이름난 만두집은 대부분 알이 큰 평양식이다. 압구정동 만두집(02-544-3710), 강남 신사동 목로(02-548-7500), 무교동의 리북손만두(02-776-7350), 세종로 평안도만두집(02-723-6592)이 좋은 예다.
개성식 만두는 ‘편수’라고 부른다. 모양도 독특하다. 밑바닥은 사각형이지만 위로는 삼각뿔이나 피라미드처럼 생겼다. 보통 밀가루 만두피에 오이와 고기를 넣는다.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 앞 ‘궁’(02-733-9240)은 개성식 만두집으로 이름난 곳이다. 개성식 떡국인 조랭이떡국도 맛볼 수 있다.
자하손만두 정갈한 서울식.쇠고기, 돼지고기, 숙주, 두부 등을 고르게 배합한 한입크기의 만두. 우리밀로 반죽한 만두피. 만둣국은 채소으로 색을 낸 3색 만두로 끓인다. 서울식 만두집으로는 자하문 터널 위 자하손만두(02-379-2648)가 손꼽힌다. 조선간장을 쓰며 3대째 만두를 빚고 있다. 형형색색 컬러만두도 눈에 띈다. 대구의 명물 납작만두도 빼놓을 수 없다. 반달모양으로 납작하게 빚어 한번 삶은 뒤, 이를 다시 구운 것이다. 소에 당면 파 부추 등을 넣는다. 고춧가루 뿌리고 간장 살짝 찍어 먹으면 맛이 독특하다. 미성당(053-255-0742)이 붐빈다.
만두(饅頭)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한자로는 다 똑같다. 일본에서는 ‘만주’라고 읽고, 중국에서는 ‘만터우’라고 할 뿐이다. 중국 만터우는 밀가루반죽에 속을 넣지 않고 찐, 일종의 찐빵 같은 것이다. 한국 만두와 같이 밀가루 피에 고기나 채소를 넣고 찐 것은 ‘자오쯔(餃子)’나 ‘바오쯔(包子)’라고 한다. 대표적인 중국음식 딤섬도 만두 일종이다.
일본에서도 만두와 교자가 다르다. 교자는 반달 모양이고, 만두는 보자기를 동그랗게 묶어놓은 것 같다. 일본인들은 구운 ‘야키 교자’를 가장 많이 찾는다. 삶은 ‘스이 교자’보다 인기가 있다. 일본에서 동그란 만두는 모두 쪄서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리북손만두 투박하지만 정겨운 평양식. 돼지고기와 숙주를 듬뿍 넣은 어른 주먹 크기의 만두. 두툼하지만 쫄깃한 만두피. 72시간 푹푹 끓인 사골국물에 삶아낸다. 만두는 무궁무진 많다. 속에 뭘 넣느냐에 따라 야채만두 고기만두 김치만두 밤만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익히는 방식에 따라 물만두 찐만두 군만두가 있다. 만두피를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어만두 감자만두 호밀만두 동아만두 등으로 나뉜다.
‘겉 먹자는 송편이요, 속 먹자는 만두라. 떡 먹자는 송편이요, 소 먹자는 만두라.’ 만두는 만두 속 먹는 맛으로 먹는다. 만두 속은 알이 꽉 차야 제맛이 난다. 다져진 속살이라야 푸석하지 않다. 숙주 배추 등 나물을 넣을 때는 물기를 손으로 꽉 짜서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맹물 맛이 난다. 두부조차 물기를 빼고 넣지 않으면 맛이 달아난다. 만두피는 얇아야 한다.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봄눈 녹듯 스르르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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